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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봉? 죽창? 만장깃대?

경찰, 민노총 시위도구에 살상무기 뜻 담은 ‘죽창’ 공식화
법원, 검찰은 글쎄…민노총은 “언론플레이 말라”


경찰이 지난 16일 대전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집회에서 시위도구로 나온 대나무깃대를 ‘죽창’으로 쓰기로 통일 하면서 이를 놓고 적절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내부논의를 거쳐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휘두른 만장용 대나무깃대를 이날부터 ‘죽창’으로 부르기로 했다.

경찰 논리는 집회가 끝난 뒤 거둬들인 600여 만장깃대 중 20여개의 끝이 날카롭게 잘라져 있고 상당수는 끝 부분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깃대가 ‘때리기용’이 아닌 ‘찌르기용’이란 것이다.

시위 때 다친 경찰력 104명(전의경 80명, 경찰관 24명)의 부상이 대부분 눈이나 피부가 베이는 ‘자상(刺傷)’이었다는 점도 경찰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찰관계자는 “단순한 대나무막대기였다면 피부가 베이거나 찢어질 리 없다”면서 “경찰 내부에서 용어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죽창’으로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경찰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여 대나무 막대기 끝이 잘라져 있다 해도 거둬들인 600여 개 중 3%에 그치는데 이를 모두 ‘죽창’으로 부르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것.

게다가 대나무가 충격을 받으면 갈라지는 성질을 갖고 있어 ‘창’으로 쓰기 위해 고의로 작대기 끝을 갈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법원과 검찰 역시 이날 쓰인 시위도구를 두고 ‘만장깃대’와 ‘죽봉’이란 표현을 쓰는 등 경찰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법원은 19일 경찰에 붙잡힌 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깃발을 제거한 만장깃대’란 표현을 썼다. 노환균 대검찰청 공안부장 역시 18일 대검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 때 시위도구를 ‘죽봉’이라 불렀다.

대전지법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경찰 내부의 용어정리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죽창이라면 사실상 살상용 흉기인데 그렇게 비판적 용어를 골라 쓰는 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성학 민주노총 대전본부 대변인은 “일일이 언쟁할 가치가 없는 논리”라며 “일부 언론과 정권 수뇌부가 만든 선정적인 단어를 경찰이 ‘알아 모시는’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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