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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왜 다들 만능엔터테이너가 되려는 걸까"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가수가 연기를 하고, 개그를 하고, 사업을 하는 시대. 이은미는 작곡도, 뮤지컬도 한번 안하고 오로지 보컬리스트로 20년을 살아왔다. 매번 바닥을 치는 가요시장 때문에 노래만 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 그러나 그는 그만큼 프로정신을 철저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소리 위를 걷고' 있다.

최근 새 앨범 '소리 위를 걷다'를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한창인 가수 이은미를 만났다.

# 노래만 20년

우선 '애인 있어요' 이야기를 안꺼낼 수 없다.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삽입된 이 곡은 지난해 최고의 발라드 애창곡이 됐고, 이은미는 이례적으로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석권한 선배가수가 됐다.

"옛날 유통방식이었다면 100만장 넘게 팔았겠죠. 그럼 건물 한 채 샀겠죠? 그런데 이제는 재미 없어요. 재주는 누가 부리고, 돈은 다른 누가 챙기고 있잖아요. 후배들이 이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애인 있어요'는 또 어린 가수들의 '가창력 과시용' 노래로도 각광받았다. 라디오 프로그램과 콘서트 등에서 다양한 가수들이 이 노래에 도전했다. 워낙 어려운 노래인데다 이은미의 후광효과도 있기 때문.

"이은미를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달라보이는 게 있나봐요. 20년 동안 노래만 하고 있다는 게 그들한테는 부러울 수도 있겠죠. 저는 축복받은 세대고요. 지금 후배들은 노래만 해선 20년 활동하기 힘들겠죠."

그가 노래만 한 것이 오로지 시장상황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영역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장인정신을 중시한다.

"왜 자꾸 이 시대가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지 모르겠어요.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거잖아요. 저는 소리를 내는 전문가예요. 전문가는 자기 일을 하면 되는 거죠. 물론 재능이 있어서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지만 가끔 '쟤는 왜 저러고 살지?' 싶은 애들도 있잖아요. 아무리 대중문화라지만, 능력이 안되면 하지 말아야죠."


# 더욱 더 프로다워야

그는 명백한 아날로그형 가수다. 새 앨범이 발매된지 한달 가량이 됐으나 이제야 인터뷰가 이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음반을 발매하고 콘서트를 진행하는 여타 가수들과 달리 그는 음반 발매 직전에 가사를 대폭 수정했고, 재킷 사진을 새로 찍었다. 때문에 인터뷰를 할 새도 없이 음반 발매와 콘서트 일정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홍보가 다 늦춰졌어요. 그래도 걱정은 안해요. 제 음악이 그만큼의 생명력은 갖고 있다고 확신해요. 가사, 노래, 곡 배치, 재킷 사진, 타이틀까지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어요. 제가 어떤 느낌으로 이 노래를 했는지는 저만 아니까, 제가 손 안댈 수가 없어요. 애착이 강하죠."

이번 앨범은 대중을 가장 많이 고려한 앨범이다. 20년간 가수로만 살 수 있게 도와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중이 자신의 슬픈 발라드를 가장 사랑한다는 점에 착안, 이같은 색깔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윤일상 작곡가와 손잡고 보은의 의미를 지닌 앨범을 기획했다.

"그동안은 제가 좋아서 미치는 것만 했지, 이렇게 만든 적이 없어요. 그래도 20년이 됐잖아요. 앨범 사주시고 공연장 와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죠. 이번만큼은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것 많이 해서 사랑을 되돌려드리겠다는 의미예요."

그는 음악에 대한 회의와 딜레마도 결국 음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외골수다. 그는 음악과 자신의 관계를 애증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내 재능이 이것 밖에 안되나 싶기도 하고, 저보다 더 재능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죠. 음악과 저는 애증의 관계예요. 음악 때문에 제일 기쁘고, 또 음악 때문에 제일 괴로워요. 하지만 음악은 비교작업이 아니거든요. 그냥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꺼내 보여주는 작업이죠."

이은미는 어려운 시장상황을 이기는 비법으로 프로근성을 꼽았다. 어려울 수록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더 프로답고, 완벽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죠. 대중이 기뻐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려서 저와 대중이 완벽한 일체감을 가질때, 가장 기뻐요. 그게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추구해야 할 하나의 목표죠."

멀티 플레이어를 표방하며, 여러 장르를 기웃거리는 가수들의 최근 세태를 비춰보면, 데뷔 후 20년 동안 치열하게 소리 위를 걸어온 이은미의 행보는 더욱 돋보이고, 또 믿음직스럽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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