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그룹과 업종에 속해 있는 현대모비스와 LG마이크론이 최근 같은 고민을 앓고 있습니다. 한 차례 결렬됐던 합병을 이번에는 성공시켜야 한다는 과제 때문이죠. 이들은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관리하는 자동차 및 전자부품업체로, 제2 도약의 발판인 합병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모듈기술력을 갖춘 현대모비스와 전자장비 기술력을 갖춘 현대오토넷이 합병한다면 부품사 경쟁력은 물론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경쟁력도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LG그룹 역시 그룹 내 대표적인 부품소재 계열사인 LG마이크론과 LG이노텍의 통합한다면 글로벌 종합 부품업체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증시 전문가들도 현대모비스-현대오토넷, LG마이크론-LG이노텍이 합병한다면 시너지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 재추진은 이미 예상됐던 것으로 주가에도 충분히 반영됐다"며 "합병 추진이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와 전장사업의 시너지효과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합병한다면 글로벌 부품업체로 한단계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양사의 사업구조 중 겹쳐지는 부문이 없어 합병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양 그룹의 이번 합병 재추진 작업은 성공할까요?
증권가에서는 주식시장이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어 합병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은 2조7000억원,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1800억원 상당의 주식매수청구 부담으로 합병을 실패한 바 잇습니다. 합병을 결정할 당시보다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는 시점 주가가 20% 이상 빠지면서 당시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밑돌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였죠.
반면 지금은 잇따른 주가상승으로 이들 기업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현 주가보다 낮습니다. 참고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매수청구가격은 각각 7만9190원, 3325원이며 LG마이크론과 LG이노텍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각각 2만9011원, 6만5075원입니다. 현 주가(14일 종가)는 각각 9만2000원, 3800원, 4만3500원, 8만6700원입니다. 현 주가 수준에서는 두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주식매수청구를 해도 투자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의미인 셈이죠.
그러나 합병 성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습니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번처럼 외국투자자들의 매도가 촉발되고 주가가 매수청구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번 합병 이슈는 현대차모비스측보다는 LG마이크론측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3일 합병 재추진을 결의한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경우 지난 14일 까지 12.33%, 8.26%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LG마이크론은 지난 2일 합병 재추진 후 14일까지 27.94%가 LG이노텍은 29.02%가 올랐습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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