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 회원국들, 금융위기에 '독자 움직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걸프지역 단일통화 도입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 회원국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장 술탄 알 수와이디는 "각국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서로 다르다. 각국은 그동안 나름대로 위기 대응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알 수와이디는 "각국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GCC 회원국들은 2010년 통화동맹을 목전에 두고 금융위기에 서로 조율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도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금융위기에 대응해 왔다.
UAE와 쿠웨이트는 예금보호조치를 가장 먼저 취했는가 하면, 사우디는 지난해 10월이후 기준 이자율을 5차례나 내렸다. 사우디는 향후 5년간 인프라 부문에 400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반면, UAE와 쿠웨이트는 자금을 금융권에 쏟아부었다.
결국 유럽연합(EU)에 이어 2010년 1월 1일 단일통화 도입을 추진하던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6개국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단일통화 도입계획을 당분간 연기하게 된 것.
두바이의 독립연구기관인 걸프리서치센터(GRC)의 에카르트 우어츠 박사는 "모든 관심은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에 쏠려있다"면서 "통화동맹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큰 정도의 정책 통일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자기 살기 바쁘다"고 평가했다.
HSBC 은행의 사이먼 윌리엄스도 "통화동맹은 가까운 미래에는 불가능할 것이다"면서 "지금은 지역이 아니라 각국 수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 대처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지난해 GCC 회원국에서 인프레이션 문제가 공동의 관심사로 대두됐을 때 GCC 회원국들은 경제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당시 1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골치를 앓던 GCC 회원국들은 그 원인의 하나를 달러페그제로 돌리고 공동의 독립적인 통화도입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달러가치에 고정시킨 환율제도인 달러페그제 하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미국의 금리인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침체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면서 달러페그제 등 공동의 정책 필요성이 줄어들자 내년으로 다가온 통화동맹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힘을 잃게 됐다.
EFG 헤르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말릭은 "현재 GCC 각국은 정책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에도 그들이 정책을 조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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