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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아줌마-청소년-직장인, 드라마에 다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드라마 속 세상, 현실세계만큼이나 살기 힘들다?

척박하고도 치열한 현실세계의 디테일이 드라마에 '팔딱팔딱' 살아 숨쉬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 빈부 격차 심화, 경제를 들었다놨다 하는 화이트 컬러 범죄 등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의 고충이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에도 생생하게 옮겨가 붙었다.

비록 결말은 분홍빛 로맨스와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개연성 있게 이어주는 것은 시청자들이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할 만한 현실성 있는 디테일이다. KBS '꽃보다 남자'는 청소년기 예민한 감수성을 괴롭히는 빈부격차 문제를 그려낸 바있으며, MBC '내조의 여왕'은 간과 쓸개 다 내놔야 하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KBS '남자이야기'는 '있는 놈'만 먹고 살기 쉬운 경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 '내조의 여왕'

국회의원이나 CEO도 아니다. 그저 중소기업 말단 직원이 되려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주인공 온달수(오지호 분)는 아내 천지애(김남주 분)의 극진한 '내조'가 필요하다.

'내조의 여왕'은 한 부부가 죽기 살기로 열심히 뛰고 아부하고 눈치를 봐야 겨우 살아남는 직장 내 살벌한 정치세계를 조명한다. 천지애는 직장 내 실세인 김이사(김창완 분)의 부인(나영희 분)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남편 상사 집안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김장, 이사도 발벗고 나서 돕는다. 학창시절 왕따나 다름 없었던 봉순(이혜영 분)이 부장 아내라는 이유로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그런 그를 무시했던 지애는 신입사원의 부인으로서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아이러니의 연속.

남편 직장과는 아무 관계없는 부인들까지도 남편 서열대로 위계질서가 꽉 잡힌 채 살아남기 경쟁을 치르고 있는 이 곳은, 드라마의 배경이자 대한민국 실재 세계다.

시청자들은 대체로 이 드라마가 과장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실제 몇몇 기업 및 부인 사회에서는 더 한 일도 있다고 '목격담'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회사 사원들의 가족이 한 아파트에 사는 사원 아파트에서는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평이다.

# 힘없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 '남자 이야기'

'남자이야기'는 한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쓰레기 만두 파동을 짚었다. 2004년 일부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다수 선량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아야 했던 사건을 재구성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극중 김신(박용하 분)의 형(안내상 분)은 위생 청결을 중시하는 만두 업체의 사장이다. 그러나 왜곡 보도로 인해 '쓰레기 만두'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결국 부도를 맞게 된다. 사실 만두 업체의 위생을 제대로 검사도 해보지 않은 채 성급한 정부 발표와 언론 취재로 누명을 썼지만, 이미 온라인 상에는 악플이 넘쳐나고 만두업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치닫는다. 한번 돌아선 여론은 해당업체에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남자 이야기' 1회는 우리 사회가 한 사람을 얼마나 순식간에 벼랑끝으로 몰 수 있는지 스피디하게 그렸다. 그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위험한 사회. 앞으로 이 드라마는 주식 시장을 갖고 노는 작전 세력들을 대거 등장시켜, 힘없고 나약한 존재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서민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할 전망이다.

# 가난한 집 자녀로 산다는 것은 - '꽃보다 남자'

막장 논란에 시달릴 만큼 판타지의 극한을 보여준 '꽃보다 남자'도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진 못했다. 오히려 현실을 더 가혹하게 그려내며 판타지의 분홍빛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극중 금잔디(구혜선 분)는 소규모 세탁소의 장녀로 쾌활한 성격 외에는 가진 게 없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그런 그가 현실의 냉혹함을 깨닫는 건 재벌2세 구준표(이민호 분)를 만나면서부터. 빈부 차이는 곧 신분의 차이라고 믿는 상류층 자녀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매번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치를 보면서도 부러워하기보다는 체념하게 되는, 재벌공화국을 살아가는 서민의 심리가 구구절절 그려졌다.

일부 장면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0~30대 여성들이 끊이지 않는 지지를 보낸 것은 그만큼 금잔디의 캐릭터가 동질감을 선사했기 때문. 돈 많은 남자 앞에 망설이게 되는 서민 여성의 고민과 어려움이 이 판타지물의 설득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냈다는 평이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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