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 잇단 무산 영향...476억불서 408억불로
2008년 476억달러의 해외건설 수주고가 40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건설업들이 수주한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가 잇따라 백지화된 때문이다.
특히 대형 발주처들이 금융위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이며 다른 프로젝트마저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들어 줄줄이 백지화= 대형 프로젝트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47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쿠웨이트 아주르 정유공장 등 모두 67억6237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계약취소됐다.
이에따라 작년의 408억달러 수주고는 지난 2007년 397억달러의 실적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주가 취소된 물량은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가 발주한 아주르 신규 정유공장이 대표적이다. SK건설(20억6205만달러)과 GS건설(19억9558만달러), 대림산업(11억8413만달러), 현대건설(11억2061만달러) 등이 지난해 초 수주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수주고에서 빠져나갔다. 모두 64억달러에 달한다.
또 GS건설이 작년 수주한4억달러 지분의 러시아 니즈니캄스크 정유 및 석유화학 콤플렉스 사업도 백지화됐다.
삼성물산이 올해 초 수주했다고 신고한 두바이 10억8000만달러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사업도 발주처가 프로젝트 무산을 공식 통지해왔다.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건축공사가 취소됨에 따라 4월3일까지 해외 수주실적은 84억달러에서 73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더욱이 문제는 앞으로도 추가로 프로젝트 백지화를 통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도 "두바이 등 건설프로젝트가 많은 지역에서 발주처들이 금융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에따라 또다시 어느 프로젝트가 백지화됐다고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전했다.
◇건설업체 대응책은=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 애써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백지화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매출로 막 연결될 시점에 수천억~조단위의 대형 프로젝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건설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경영목표로 해외 수주확대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충격은 크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통보받은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추후 재계약 등을 노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반응이다.
수주 무산을 통보받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 사유로 프로젝트가 백지화됐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을 정산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언제 다시 발주처의 사정이 호전돼 재발주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클레임을 제기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해외건설협회도 앞장서서 도와주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기획팀장은 "발주처의 금융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이며 발주처와 민간업체가 계약한 부분이어서 협회가 지원할 부분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국가간 MOU를 통해 협력한 사업이라면 이의제기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취소된 프로젝트들은 이와 다른 사안"이라면서 "건설업체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발주기관과의 협력관계를 생각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