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EU와 FTA 쌀 협상대상 제외... 고추 마늘 양파 현행관세 유지
-돼지고기 관세철폐기간 최대한 길게 가져갈 것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한EU FTA의 잠정합의에 대해 "EU의 27개국 시장규모가 우리의 15배로 양국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의 한미 FTA 비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한 EU FTA가 한미 FTA 비준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용어사용은 조심스럽지만 미국 국회의 많은 의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한미 FTA 비준을 압박하는) 그런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FTA가 서명하고 2년가까이 되가다 보니 많은 의견을 내놓고 있어 혼란스럽지만 이럴수록 정석으로 가는 게 맞다"며 "미국을 다그치기보다 우리가 먼저 비준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 EU FTA를 사실상 타결로 봐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EU에 편입된 동구권 국가 중 일부 정부가 무너지는 상황으로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너무 우리한테만 잘됐다고 앞서나가면 생각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내달 2일에 만나기로 돼있는 만큼 좀 기다려달라"고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한 EU FTA 체결시 경제학자의 분석모형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국민총생산(GDP)이 3% 늘어나는 것으로 제시됐다"며 "교역량 증가는 물론 부품 등의 시장에 다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감한 농산품분야에 있어서는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주요작물인 고추, 마늘, 양파는 현행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EU로의 농산품 수입액은 17억달러로 이가운데 위스키가 2억5000만달러, 와인이 1억달러 수준이었으며, 제일큰 단일품목은 돼지고기로 4억달러를 차지했다.
그는 "4억달러의 돼지고기 가운데서도 냉동삼겹살 수입액은 2억8000만달러로 가장 컸다"며 "최대한 (관세철폐) 시기를 길게 가져가 민감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쟁점인 관세환급에 대해서는 "한 EU FTA는 양자간 하는 것이나 교역은 여러나라와 하는 것"이라며 "WTO에서도 인정되는 제도이며, 여러 경쟁국이 이 제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EU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관세 인하와 함께 환급까지 해줄 경우 이중혜택 가능성과 교역활성화 과정에서 제 3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측은 이미 수십년동안 유지된 제도로 경쟁여건에 반영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1500cc미만의 소형자는 5년내, 1500cc이상의 중대형은 3년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며 "현재 우리나라 차 관세율은 8%, EU는 10%로 관세가 없어질 경우 분명히 양측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차 관세율은 현재 2.5%다.
그는 "품목수를 기준으로 할 때 EU측은 3년내 99%(9900여개)의 관세를 없애며, 우리도 96%수준까지 철폐한다"며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EU 수출액 580억달러 가운데 90%이상(530억달러)가량이 3년안에 관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U로의 수입액 400억달러가운데 90%가 조금 넘는 360억달러 정도에 대해서는 우리도 3년안에 관세가 철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개성공단의 원산지 표시에 대해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구체적 내용은 위원회를 만들어 협의하기로 했으며, 'Made in EU'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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