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아파트가 늙고 있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된 것은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중반. 사람 나이로 치자면 이제 막 성년이 됐지만 아파트 수명으로는 청장년이 지났다.
십 수년을 더 기다려 재건축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자원재활용이나 경제성 측면에서도 다 때려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 능사는 아니다.
그 대안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이 등장했지만 이제까지의 실적이나 진행상황으로 볼때 아직까지 활성화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 신도시아파트 '회춘'에는 '리모델링이 특효약' = 2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신도시를 포함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87개 단지, 5만5000가구다. 시장 규모만 8조원에 이른다.
검토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167개 단지, 12만3000가구(17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제껏 리모델링을 통해 준공 또는 착공한 단지는 9개 단지, 1372가구에 불과하다.
큰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문제로 꼽았다. 재건축의 경우 절차간소화 등 규제완화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활성화될 전망이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합설립 인가때와 행위허가시 모두 3분의 2 이상의 동의요건을 갖추도록 한 중복규제는 리모델링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혔다. 증축 방법도 다양화 할 수 있게 해 주거환경 개선효과는 물론 실수요자로 하여금 구미가 당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용 85㎡ 이하 국민주택규모 주택에 대해서는 전용면적의 40%까지 증축이 가능하도록 완화해 준다거나 공간활용도를 높이도록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택지개발지구내의 리모델링이 20년간 허용되지 않는 점도 준공 15년 후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한 건축법시행령과 배치된다. 부가세, 취득ㆍ등록세 등 세금 문제도 부담으로 꼽혔다.
대부분이 리모델링 사정권안에 들어간 1기 신도시의 경우 전체 가구 수가 29만3500가구(인구 117만명)에 이른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제도적 정비가 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문제가 있고 명확한 법적기준이 없어 지자체에서는 허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재건축보다 비용, 환경부담이 적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리모델링의 필요조건은 =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500가구 내외의 중형 단지에서 가장 적합하다. 평면 구성상 일자형으로 배치되고 대형이나 소형 평형이 없거나 적은 단지에서 유리하다. 신축이 아니기 때문에 경사지에 있는 단지보다는 평지에 위치한 단지가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주변보다 저평가된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새옷을 갈아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축 당시부터 동간 간격이 넓은 단지라야 리모델링으로 좁혀지는 동간 간격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외형적인 요건보다도는 단지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욕구가 최우선 요소로 꼽힌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핸디캡이 있더라도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며 "결과적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려면 사업환경이 좋아져야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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