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전국 25개 대학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27개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가 학사일정을 시작했다.
'법조인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을 목표로 내세운 로스쿨과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는 자유전공학부는 설치 단계부터 지금까지 대학가의 이슈였다.
그러나 새로운 학제의 도입인 만큼 예상했던데로 곳곳에서 시행착오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변호사시험법 무산으로 길 잃은 로스쿨 = 지난달 12일 변호사시험법이 국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로스쿨은 설립 취지부터 흔들리고 있다.
로스쿨들은 당초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로스쿨 교육과정 내의 평가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시험법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기존 사법고시와 마찬가지로 많은 과목을 1~3차에 거쳐 시험을 치르는 변호사시험법이 국회에 상정됐고, 이마저도 변호사 시험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자만으로 한정한다는 것이 논란이 돼 부결됐다.
결국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법의 난이도가 예상보다 어렵게 해 통과인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시험을 대비한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있다.
2년동안 이론교육에 집중한 뒤 1년간 실무를 겸하는 교육일정을 준비했지만 실무경험은 뒤로 하고 시험대비 공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강원대와 경북대 등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비법학사 출신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아주대와 전북대 등은 법대 박사과정 학생들을 활용한 특별과외도 계획중이다.
◆자유전공은 취업 유리 학과로 쏠림 =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학문간 융합'이라는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취업이 잘 되는 경제ㆍ경영 전공을 선호하고 있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전단계로 육성하려는 대학들의 기대와도 다른 현상이다.
건국대는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120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4분의 1 정도만 로스쿨이나 의치학 전문대학을 가고 싶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자체 조사결과 70% 이상의 학생들이 경제ㆍ경영 전공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로스쿨 지망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자유전공학부는 통섭 및 융합 학문의 기초를 닦기 위해 개설한 학과인데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학생들이 학부의 취지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신입생 모집 당시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학기 시작 일주일만에 생소한 학부로 인한 소속감 부재, 학생들을 위한 공간 확보의 어려움, 지도교수 숫자 부족 등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경호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 운영 취지에 맞는 교수를 신중하게 뽑을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지원책도 다각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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