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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엔고방치설.. 3대 의혹

해외 기업사냥 우회지원
글로벌 기축통화화 야욕
위안화 勢확산 차단속셈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기축통화로 군림해온 달러화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그 어떤 통화보다 일본의 엔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87엔대까지 떨어져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달러와 유로화 대비 각각 무려 19%, 22% 폭등, 이후에도 꾸준히 강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일본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수출기업들은 엔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침몰 직전에 놓여있으며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 시장 개입을 운운하면서도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기업의 아우성에 대해선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왜 일까.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까.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등 일부 언론들은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나몰라라'는 식 태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 가운데 3가지 시나리오가 크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시나리오1, "해외 기업사냥 방조" = 지난해 일본 기업들은 금융 위기로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해외 기업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는 작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 브러더스의 아시아태평양ㆍ유럽ㆍ중동 사업부문을 며칠 새에 꿀꺽 삼킬 정도였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급격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현금이 풍부하고 부채가 많지 않아 해외기업 인수ㆍ합병(M&A)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여기에 엔화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사냥은 절정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환율 시장 개입에 나섰더라면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시나리오2, "엔화를 기축통화로" = 지난해 12월 17일 미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이와 함께 달러를 무제한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직후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87.82엔으로 1995년 1월 이후 거의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각국이 저금리 경쟁에 나서면서 통화가치간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일고 있다며 달러화-엔화간 충돌을 예고했다. 엔화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자리를 넘본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와세다 대학 교수의 지난해 11월 15일 발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게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다극화된 시스템을 향한 점진적 이동이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엔화 강세로 성장 잠재력이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잠재적인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엔화 강세가 지나쳐 국제수지 악화→실물경기 침체→주가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데는 반대하지만 기축통화의 기능을 하기 위해선 자국통화가 상당한 수준의 강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시나리오3, "中위안화와 힘겨루기" = 비즈니스위크의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엔화의 기축통화화를 꿈꾸는 일본에게 중국 위안화 강세는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7월 11일 달러당 6.8397위안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상하이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은 한ㆍ중 통화스왑에 이어 주장(珠江)삼각주, 창장(長江)삼각주와 홍콩특구, 마카오특구 기업들 간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키로 결정했다. 또한 윈난(云南)성과 광시(廣西)장족자치구에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 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다.

이처럼 위안화를 국제무역에서 결제통화로 사용한다는 것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첫 시동을 건 것으로 일본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일본 학계와 재계는 위안화 강세에 맞서 엔화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는 반응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은 장기적으로 아시아 통화를 통합시켜야 하며 엔화 강세가 일본에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인 교텐 도요오(行天豊雄)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10년 전 일본이 아시아통화기금(AMF·Asian Monetary Fund) 설립을 제안했을 때 중국이 반대하면서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이 달라진 지금, AMF가 다시 거론된다면 이번엔 일본 측에서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며 양국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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