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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교수의 음식이야기] 가장 한국적 생선, 명태

'명태' 한마리에 대한 음식의 가치

가장 한국적인 생선 명태는 즐겨먹는 만큼 그 이름도 다양하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흑태등으로 가끔은 전문서적을 보지 않으면 헤깔릴 정도다. 명태는 그 쓰임새도 다양하여 내장으로는 창란젓, 알로는 명란젓, 아가미로는 아가미젓을 만들며, 북어껍질로는 어글탕, 눈알로는 명태눈초무침을 만든다.

고조선 이래로 명태를 이용한 음식은 무려 36가지에 이른다고 하니 명태 한마리로 나오는 음식의 가치는 알면 알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갖기 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19세기에 쓰인 「임하필기」에는 조선 17대 왕 효종때 “강원도에서 올리는 진상 어류중 대구 어란 속에 명태 어란이 섞여 있다“라고 적혀 있어 불량 진상품이 올라왔다는 기록이 있고 함경도에서는 명태 간으로 등잔불을 밝혀 주기 때문에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명태라고 했다고 했다.

명태의 제철이 돌아왔다. 사시사철 먹는 편안한 생선이지만 명태의 제철은 11월~4월까지 산란기라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 가장 맛이 좋다. 명태는 고단백, 저지방, 저열량 생선으로 칼슘과 인, 철 등이 고루 들어있고 세포발육에 필요한 리신과 뇌의 영양소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생선이다.


또한 지방 함량이 붉은 살 생선인 고등어, 꽁치, 참치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맛이 개운하고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과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는 해장국 메뉴로는 제격인 것이다. 명태는 익히면 살이 쉽게 풀어지는 성질이 있어 노약자와 어린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는 서민 식탁의 대표식품이다.

그러나 명태를 선택 할 때는 길게 펼쳤을 때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양이 반듯한 것, 눈이 튀어나와 있고 맑고 투명한 것, 아가미는 선홍색을 띠며 지느러미가 제대로 붙어있는 것을 고른다.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은 것으로 배 부분이 팽팽하게 탄력이 있고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처리과정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은 명태를 조금 알아보면 먼저, 동태는 갓 잡은 명태를 싱싱한 상태 그대로 급속냉동 시킨 것으로 크기가 작으며 눈이 투명하고 아가미가 선홍색이며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북어는 명태를 계절에 관계없이 바닷바람에 단기간에 말린 것으로, 깨끗하고 냄새 없이 잘 마른 통북어가 좋다. 품질이 가장 좋은 건명태는 더덕북어라고 하고 부풀어 더덕처럼 마른 북어 인데 빛이 누렇고 살이 연하다.

황태는 명태를 추운 겨울바람에 얼리고 녹여가며 3개월간 숙성시킨 것으로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푼 노란 살이 특징이다. 코다리는 명태를 꾸덕꾸덕하게 반 정도 말린 것으로 마른북어보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생태보다는 쫀득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생선이다. 속된 말로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할 때 “노가리 깐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명태가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은 것에 빗대어 생긴 말인데 여기서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를 표현한 말이다.

요즘에는 지갑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저녁마다 밥상 찬거리에 고민이 되는 날이 많다. 물 좋은 생태라도 한 마리 샀으면 한다. 냉장고에 남은 대파와 무를 넣고 매콤하고 시원하게 생태탕 한냄비로 오늘 저녁은 최고의 만찬이 될 것 같다.

<전남도립대학 호텔조리제빵학부 교수>

광남일보 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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