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 지표 개선에도…국민 90% '한국 소득 격차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저소득층 소득 95% 생활비로
부동산 보유 여부로 불평등 심화

지난 10여년간 공식적인 소득 분배 지표는 꾸준히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소득 격차가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소득 분배와 체감 분배 간 괴리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23년 0.324로 낮아지며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다.

서울 잠실아파트.

하지만 국민의 주관적 불평등 인식은 이와 달랐다. 2024년 조사 기준 국민의 92.4%가 "한국은 소득 격차가 크다"고 응답했으며, 약 60%는 지난 10년간 불평등이 오히려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평등이 '매우 심화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30%였다.

국민들이 분배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용 소득이다.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지출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커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소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경상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번 돈의 95.6%를 생활비로 지출해 흑자액이 4.4%에 불과했다.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는 소득의 53.2%만 지출하고 나머지 46.8%는 저축이나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특히 식료품비 부담이 컸는데, 소득 1분위는 소득의 약 30%를 식비로 쓰는 반면 5분위는 10% 정도만 지출했다.

보고서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미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 상승률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훨씬 가팔라지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모아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구진은 "1분위 가구가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2016년에는 약 68년이 걸렸지만, 2023년은 124년이 필요하게 됐다"며 "주택 자산을 보유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것이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자산 10분위(상위 10%)가 1분위(하위 10%)보다 2022년 기준 최대 200배 많은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2023년 1분위 중 부동산 자산 보유자는 8%로, 2013년 11%보다 감소했다. 반면 10분위의 부동산 보유율은 98%에 달했고, 75% 이상은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 자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중간 소득 가구(중산층)의 경우, 소득 수준은 유지되더라도 자산 격차로 인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분배 인식에 강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과거 사회적 지위를 결정했던 노동시장 보상이 이제는 자산 보유 가능성으로 대체됐다"고 짚었다.

저소득·중간소득자로 나눈 맞춤형 대책 필요

연구팀은 체감 분배 개선을 위해 정책 대상을 '저소득·저자산 집단'과 '중간 소득자 집단'으로 나누어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소득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상향과 급여 수준 현실화, 농식품 바우처 확대 등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 유동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산층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와 더불어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국가 보증 저리 대출이나 이자 보조금 지원 등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소득 지표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물가 부담과 자산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만 분배 개선의 온기가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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