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비둘기가 드론처럼 조종되는 시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에서 살아 있는 비둘기의 뇌에 신경 칩을 심어 원격으로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네이리 그룹이 개발 중인 '사이보그 비둘기 드론'. 네이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는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이른바 '사이보그 비둘기 드론'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신경 기술 스타트업 '네이리 그룹'은 'PJN-1'이라는 코드명의 프로젝트를 통해 조류를 활용한 드론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살아 있는 비둘기의 두개골에 소형 전극을 삽입하고, 머리에 부착한 자극 장치와 연결해 외부 조종자가 원격으로 비행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비둘기에는 태양광 충전이 가능한 배낭이 장착되며, 이 안에 비행 제어 장치가 들어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실시간으로 비행경로를 지시할 수 있고, 비둘기 가슴에는 촬영용 카메라도 부착된다.
네이리 측은 이 같은 '비둘기 드론'이 기존 기계식 드론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비둘기는 하루 최대 300마일(약 480㎞)까지 이동할 수 있고, 기계 드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협소하거나 은밀한 공간에도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파노프 네이리 최고경영자(CEO)는 텔레그래프에 "현재는 비둘기를 활용하고 있지만, 어떤 새든 운반체로 사용할 수 있다"며 "더 무거운 화물을 옮길 때는 까마귀, 해안 시설 감시에는 갈매기, 넓은 해상 지역에는 앨버트로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산업 시설 점검이나 실종자 수색 등 민간 목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 과학자문위원인 제임스 지오다노는 "이런 바이오 드론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질병을 퍼뜨리는 생화학 무기 운반체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이미 훈련된 돌고래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해군 기지 방어에 투입하는 등 동물을 활용한 군사 전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비둘기 드론 역시 새로운 무기 체계의 연장선에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개발 업체의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러시아 반전 탐사 매체 'T-인베리언트'에 따르면 네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국가 기술 이니셔티브' 등 크렘린궁 관련 인사들로부터 약 10억 루블(약 19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푸틴 대통령의 둘째 딸 카테리나 티코노바가 운영하는 모스크바 국립대 인공지능(AI) 연구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네이리 측은 "투자자와 러시아 정부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국가가 첨단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