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하반신이 마비된 20대 딸이 스스로 결정한 안락사를 저지하려는 스페인 아버지의 시도가 대법원 판결로 가로막혔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2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대법원은 20대 딸 A씨의 안락사 중단을 요청했던 하급심의 판결에 대한 아버지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항소인이 신청인의 안락사를 승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건이 충족됐음을 반박하지 못했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아버지의 주장도 기각했다.
앞서 스페인 여성 A씨는 2022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건물 5층에서 뛰어내렸다가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었다. 이후 그는 2024년 4월 사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같은 해 7월 카탈루냐 북동부 지역의 안락사위원회는 A씨의 사망권 행사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당초 A씨는 한 달 뒤인 같은 해 8월 안락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아버지 B씨는 딸이 "자유롭고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딸이 마음을 바꾸었다는 징후가 있었다"면서 "딸의 질병이 '견딜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씨의 소송으로 A씨의 안락사 절차는 막판에 중단됐다.
아버지의 소송을 대리한 보수성향 단체 '아보가도스 크리스아노스'는 대법원의 기각 결정이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효과적인 법적 감독이 부재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소송 과정에서 아버지의 권리가 침해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AFP는 1심 재판부가 소송 기간 임시로 중단시켰던 딸의 안락사를 허가할지, 아니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릴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2021년 6월 '적극적 안락사(치사약 투약)'와 '조력자살(환자가 처방약을 스스로 복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EU 국가 중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이어 4번째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