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투자 논란 이후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투자회수(엑시트)에 대한 고심이 짙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엑시트 자체가 사회적 리스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 대형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모펀드들은 기업 전체를 한 번에 매각하기보다는 부분 회수와 장기 보유를 결합한 '플랜 B'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가장 최신 사례는 외국계 운용사 맥쿼리프라이빗에쿼티(PE)의 LG CNS 지분 매각이다. 맥쿼리PE는 최근 LG CNS 지분 800만주(8.3%)를 약 5360억원 수준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LG CNS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분할 매각하며 단계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맥쿼리PE는 지난해 8월(5.57%)과 11월(7.0%)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각각 3480억원, 4460억원가량을 회수한 바 있다. 통매각이 아닌 시장 거래를 통한 분할 매각 전략으로 투자금 회수와 오버행 리스크(시장에 과도한 매도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내려가는 것)도 분산할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LG CNS 상장 당시에도 구주 물량을 처분하며 약 6000억원을 거둬들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 당시 투자금 1조19억원 대비 100% 가까운 수익을 안정적으로 회수했다는 평가다.
자회사나 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카브아웃' 전략도 여전히 주효하다. 한앤컴퍼니는 '케이카' 매각이 지연되자 금융 자회사인 케이카캐피탈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택했다. 2022년 12월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삼고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3년이 지나도 뚜렷한 진전이 없자 택한 차선책이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케이카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과 배당으로 초기투자 비용을 회수했지만,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때문에 현금화 가능한 자산부터 정리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한앤컴퍼니가 쌍용C&E의 폐기물 부문 자회사 그린에코솔루션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리파이낸싱(차환)과 리캡(자본구조 재조정) 등을 통한 '팔지 않는 회수'도 늘고 있다. H&Q코리아는 현대홀딩스컴퍼니 투자 건에서 리파이낸싱과 교환사채(EB) 처분을 통해 사실상 투자원금 전액을 회수했다. 회사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바탕으로 대출 규모를 대폭 늘리는 '리파이낸싱'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기존 대출을 갚고 출자자(LP)들에게 배분하는 리캡을 진행했다. 여기에 8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 후 시장에서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약 16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새로운 펀드로 자산을 이관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도 대안으로 꼽힌다. JC파트너스는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를 제 3자 매각 대신 신규 조성 펀드로 옮겨 장기 보유하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자산을 컨티뉴에이션 펀드로 이전해 기존 LP(출자자)에 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 펀드의 출자자를 받아 GP(운용사)는 보유 기간을 연장하는 구조다.
다만 LP 입장에서는 평가가 갈린다. 투자금 대비 현금 분배 비율(DPI)을 일정 수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간가치를 반영한 내부수익률(IRR)은 떨어지고 최종 회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컨티뉴에이션 펀드나 리캡 구조는 '엑시트를 미루는 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특히 B2C 기업은 투자도 매각도 모두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커져 사모펀드들이 회수할 때 고려할 변수가 더 많아졌다"며 "LP들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자금 순환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