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함께 전쟁 종식 이후 우크라이나에 약 8000억달러(1163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한 자금 조달 전략을 담은 '우크라이나 경제 번영 계획' 초안을 회원국 정부에 회람했다.
EU 당국자와 회원국 외교관 3명은 해당 문건이 사업 출범 초기 100일간의 실행 계획과 함께 204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재건 전략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미국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논의 중인 20개 항의 종전안 가운데 하나로, 군사적 로드맵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에 이미 안전 보장이 정착됐다는 전제 아래 설계됐다. 긴급 지원 단계에서 벗어나 자립과 번영 체제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되, 전통적인 공여국보다는 신뢰를 높이는 전략적 경제 파트너이자 투자자로서 위치를 설정했다. 미국 기업과 현장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미 정부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촉진자 역할을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10년간 EU와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관들은 총 5천억 달러(약 727조원)의 공공·민간 자본 지출을 약속한 것으로 문건은 전했다.
여기에 EU 집행위는 2028년 이후 차기 7개년 재정 계획의 일부로 우크라이나에 예산 지원과 투자 보장 명목으로 1천억 유로를 투입하고, 이를 통해 총 2천70억 유로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미·우크라이나 재건투자기금을 통한 자본 동원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폴리티코는 이러한 재건 구상이 전쟁 종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3∼2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미국 중재로 3자 대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나올 것이란 전망은 제한적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립 힐더브랜드 부회장은 지난 21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인터뷰에서 "연기금은 수익자에 대한 신탁 의무를 지고 있다"며 "전쟁 지역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