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가자지구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안정화군(ISF)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구상에 주요 동맹국들이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우파 성향의 멜로니 총리를 설득해 구상 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외교 당국은 최근 멜로니 총리실과 이탈리아 외무부에 ISF 창립 참여를 요청하는 제안을 전달했다.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는 이탈리아의 직접적인 전투 병력 파견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가자지구 치안을 담당할 향후 경찰 병력에 대한 훈련 지원과 함께, 아랍 국가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 행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중동 평화 구상이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년 넘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약 7만2천명(하마스 측 집계)이 숨진 가자지구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20개 조항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 조율이 실패하면서 계획 추진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국제안정화군에 병력을 제공할 국가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출범한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서명식에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됐다. 평화위원회는 '종신 의장직' 가능성과 '10억 달러 분담금' 조항 등이 담긴 헌장 초안으로 논란을 빚었으며, 유엔을 대체할 국제기구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거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관세 보복을 시사했고,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사실상 비판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 대해서는 초청을 철회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역시 헌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을 일단 보류한 바 있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이탈리아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며 신중한 균형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며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전투 병력 파견 부담을 배제한 유화적 조건을 제시한 만큼, 이탈리아가 국제안정화군 참여를 결정할지 주목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