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혈액 부족에 고심한 전국 혈액원이 이색 답례품을 앞세운 헌혈 참여 확대에 나선 가운데, 부산에서는 현장 간호사들의 '발품'이 실제 성과로 이어져 주목받고 있다.
헌혈 비수기를 맞아 부산혈액원은 23일 하루 동안 헌혈의 집 13곳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두쫀쿠'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열었다. 연합뉴스
24일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부산 지역 헌혈의집 13곳은 전날 하루 동안 전혈과 혈소판 헌혈자에게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1인당 1개씩 제공하는 한시적 행사를 진행했다. 헌혈 시 인기 디저트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헌혈센터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이 몰렸다.
서면센터의 경우 오전·오후 예약자가 각각 20명으로, 통상적인 예약 규모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이른 시간부터 헌혈을 기다리는 줄이 형성되며 센터 내부는 하루 종일 분주한 분위기를 보였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혈액 보유량이 가장 낮아지는 1월을 앞두고 우려가 컸는데, 이번 행사로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민이 헌혈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이디어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부산의 혈액 보유 현황을 개선하자는 내부 논의에서 출발했다. 전날 기준 부산 지역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2.5일분으로, 적정 기준인 5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혈액형별로는 AB형이 1.5일로 가장 부족했고, O형 1.7일, A형 2.1일, B형 4.2일 순이었다. 전국 평균 보유량이 4.2일인 점을 고려하면 부산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긴박한 상태다.
20일 인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헌혈의 집 연수센터에서 시민들이 헌혈하고 있다. 최근 겨울철 혈액 부족으로 실시하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증정 이벤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답례품 확보였다. 초기에는 행정 직원들이 대형 카페와 제과점을 중심으로 물량을 알아봤지만, 두쫀쿠 자체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 대부분 협조를 얻지 못했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당시 두쫀쿠는 한 사람당 1~2개만 살 수 있을 정도로 귀했다"며 "관광객이 많은 부산 특성상 물량 확보가 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간호사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동네 소규모 카페를 하나하나 방문해 헌혈 취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약 일주일간의 노력 끝에 일부 카페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적게는 20개, 많게는 100개씩 납품을 약속받아 총 13개 업체에서 650개의 두쫀쿠를 확보했다. 신선도를 고려해 간호사들은 행사 전날 저녁이나 당일 아침 직접 쿠키를 수령해 현장에서 나눠줬다. 최근에는 전포동 카페거리의 한 카페가 100개를 기부하겠다고 나서 추가 행사를 준비 중이다.
부산뿐 아니라 수도권과 호남권에서도 두쫀쿠를 내건 헌혈 참여 확대 효과가 나타났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광화문센터는 전혈·혈소판 헌혈자에게 두쫀쿠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 결과, 하루 예약자가 50여 명으로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해당 센터가 속한 서울동부혈액원 관할 14개 헌혈의집 헌혈 인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466명으로, 일주일 전 같은 요일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광주·전남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광주 동구 헌혈의집 충장로센터는 두쫀쿠 증정 행사가 예고되자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됐고, 하루 예약 인원이 평소의 5배 수준인 100명에 달했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방학으로 단체 헌혈이 줄어드는 시기인데도 이례적으로 참여자가 몰렸다"며 "답례품 확보를 위해 직원들이 직접 카페를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일시적 효과가 장기적인 혈액 수급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과제로 남는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약 4.2일분으로, 여전히 권장 기준인 5일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