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역대급 수요 맞은 D램…'3D 진화'로 새 국면 연다

3D 재편 앞둔 D램 시장
셀 구조, 수평서 수직으로 발상 전환
기존 D램 미세화 한계 보이자 고안
공간·집적도·속도·전력 효율서 장점
구조 대대적 변화에 직행은 어려워
과도기 단계인 4F²로 전환 필요해
주요 반도체사 올 시제품 출시 목표
삼성·SK는 단계적인 변화 추진 중
마이크론 곧바로 3D D램 개발 노려
中도 참여 전망, 더욱 뜨거워진 시장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격으로 통하는 D램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빚어진 수요의 홍수 가운데서 진화를 꾀한다. 3차원(3D)으로의 입체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로 올해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나란히 관련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실물 영접'의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중 3D D램으로 가기 전, 과도기 단계인 4F 스퀘어(4F²) D램의 시제품을 내놓겠단 청사진 아래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서다.

시제품이 공개된 뒤엔, 3D D램으로 가는 길은 더욱 순탄해질 것이다. 그리고 내년쯤 D램 시장은 3D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업계는 이를 메모리 시장의 전체 판도를 뒤집어엎을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시대에 각광 받는 고성능 메모리를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가정만으로도, HBM이 D램을 쌓아 올려서 만드는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D램이 3D로 진화한 후의 HBM은 지금의 기술적 한계를 넘고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장밋빛 미래와 그 중요성은 최근 시장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누구보다 선두에 서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셀 구조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D램을 3D로 만드는 건, 셀의 배열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꾸는 걸 말한다. 셀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3D D램은 셀을 수평으로 배치해온 기존 D램이 미세화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고안됐다. AI의 성능은 차츰 고도화되고 이에 맞춰 D램도 데이터를 더욱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게 됐는데, 기존 D램으론 이를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데이터를 많이 담는 만큼 짊어져야 하는 전력과 에너지, 발열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대두됐다.

이로 인해 업계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단계부터 D램이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D램 안의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세분화할 방식을 찾다 생각해낸 것이 '뒤집기'였다.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두자는 발상에 이르렀다. 셀을 수직으로 둘 수 있다면, D램 내 공간의 활용도는 보다 넓어지면서 데이터의 집적도, 속도,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셀이 하늘을 향해 세워지면서 셀을 작동하는 차단기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의 간섭 등 문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수평에서 수직으로 구조를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인 관계로, 3D D램으로의 기술 직행이 어렵다. 기업들은 개발에 있어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고 있다. 현재 6F²로 된 D램을 먼저 4F²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F²는 셀이 차지하는 단위 면적이다. 그래서 4F²는 한 개의 셀이 2F X 2F 면적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칩 하나에 더 많은 셀을 넣기 위한 고집적 기술이다.

삼성·SK는 단계적 접근·마이크론은 특허

메모리 업계를 대표하는 3사가 모두 3D D램 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 방식은 대조적이다. 우리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계를 밟아가며 차근차근 3D D램을 향해 가고 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론 D램을 6F²에서 4F²로 먼저 전환, 이후에 3D D램으로 가겠단 큰 틀은 같다.

그런 가운데서 삼성전자는 트랜지스터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혁신을 담아 차별성을 두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직 적층 셀 어레이 트랜지스터(VS-CAT),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 등 3D D램을 구현할 수 있는 다방면의 기술들을 살피고 최선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선 2024년 5월께 3D D램을 16단까지 쌓는 데까지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만들 때 적용했던 '본딩' 기술을 통해 3D D램의 완성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6월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CTO)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IEEE VLSI 심포지엄'에서 회사의 D램 기술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를 설명했다. 그는 "3D D램의 제조 비용이 적층 수에 비례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회사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 전 단계로 현재 개발 중인 '4F² VG 플랫폼'도 4F² 셀과 함께 회로부를 셀 영역 아래로 배치하는 웨이퍼 본딩 기술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4F²를 뛰어넘고 곧바로 3D D램을 개발하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기반으로 최근에는 관련 특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5년 전부터 움직였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가 2022년에 집계한 특허 현황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당시 3D D램 관련 특허를 3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中도 참전, 불붙은 '선점 경쟁'

3D D램 경쟁은 곧 중국이 참전하면서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D램을 만드는 중국의 대표 메모리 기업들은 3D D램을 선점, 기술력에서 자신들보다 앞서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단숨에 추월하겠단 야심을 품고 있다. 중국의 추월 가능성을 다소 높게 보는 이들도 있다. 그 근거는 D램이 3D에 이르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굳이 고성능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수평 구조가 계속 유지됐다면, D램 셀에 데이터를 새기는 정도는 더욱 미세해져야 하고 그만큼 EUV 장비도 고도화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지만, 3D 전환으로 수직 구조로 바뀌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EUV로부터 자유로워진 환경이 중국에 추월의 빌미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노린 중국의 CXMT, 양쯔메모리(YMTC) 등은 3D D램 관련 기술 개발에 큰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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