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큰 그림은 그렸다…軍개혁, 남은 건 디테일

'국군 방첩사령부 폐지, 국방안보정보원·중앙보안감사단(가칭) 신설, 드론작전사령부 폐지, 합동작전사령부 창설, 최전방 경계작전의 거점 중심 기동대응 전환,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육·해·공 3군 사관학교의 단과대학화, 위법명령거부권 명문화.'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자문위)'가 22일 국방부에 내놓은 권고안이다. 국방부는 권고를 제도로 옮겨야 한다.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과제다. 제도 도입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난제 극복을 위해 국방부가 챙겨야 할 부분은 '디테일'이다. 꼼꼼하고 면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말의 성찬에 머무를 수 있다.

특히 방첩·보안 분야는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방첩사는 6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안보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다. 방첩정보·보안감사 기능은 국방안보정보원·중앙보안감사단으로 각각 넘어간다. 기능 분산과 관련해 역할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기관 간 공조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 수사 기능을 넘겨받은 조사본부가 '제2의 방첩사'로 비대화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장치 역시 촘촘히 마련돼야 한다.

'평양 무인기 사건'과 연관된 드론사 폐지 권고 역시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드론전은 미래전의 핵심이다. 드론사 폐지는 '50만 드론 전사 육성'을 내건 국방부의 최근 기조와도 배치된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도 논쟁의 대상이다. 자칫하면 '육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관학교 폐쇄성을 보완하고자 하는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께 검토되는 통합 사관학교 지방 이전은 사관학교 입시 경쟁력 약화에 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군 사망사고 대책 권고안도 현장과의 괴리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총기에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기반 체계를 도입하고 정신과 진료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일선에서는 '총기 위치를 안다고 사고가 예방되느냐', '전방에 의사가 없는데 무슨 수로 내과 가듯 정신과에 가느냐'는 반문이 이어진다.

이번 권고안은 비상계엄으로 우리 군이 신뢰를 잃은 시점에 나왔다. 급속한 병력 자원 감소,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다.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군이 그 방향을 얼마나 치밀한 디테일로 구현해 내느냐다. 개혁의 성패는 설계가 아닌 실행에서 판가름 난다.

정치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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