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해 해외 은닉재산·가상자산 조사 추진하는 예보

2026년 업무계획
美 법률플랫폼·재산 조사 업체 협업
소송금융 통해 비용 절감·빠른 소송 진행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사 부실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부실관련자)들이 숨긴 재산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추적이 어려웠던 디지털 자산이나 해외 재산을 다각도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소송금융을 도입해 은닉 재산 회수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2026년 업무계획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의 부실 책임자나 빚을 갚지 않은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회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체로 1997년 외환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부실 책임자가 대상이다.

먼저 AI를 활용해 해외 은닉 재산을 찾아내는 역량을 강화한다. 예보는 미국 최대 법률정보 플랫폼인 '렉시스넥시스'를 현지 재산 탐색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AI로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가명을 쓰는 동일인을 식별하고 미국 내 자산을 추적하는 기능을 갖췄다. 예보는 이를 토대로 채무자에게 추심을 진행하거나, 즉각 상환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디지털 자산 추적에도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2024년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 조사 권한을 확보한 예보는 글로벌 100대 재산 조사·추적 업체인 가이드포스트와 새롭게 협업해 부실관련자들이 미국에 숨겨놓은 디지털 자산을 발견하고 회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예보는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 임원이 이끄는 가이드포스트 디지털 자산 전담팀과 공조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자산 거래 내역을 확보해 AI 기반 온체인 활동 모니터링 등을 통한 재산조사도 계획 중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트랜잭션 조회(데이터베이스에서 기록을 읽어 확인하는 것)를 통해 지갑 보유자의 거래 내역을 파악할 예정이다. 온체인이란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위에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예보는 지난해까지 약 33억원의 숨겨진 디지털 자산을 발견했으며 채권보전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은닉 재산 회수 활성화를 위한 소송금융 활용도 본격화한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예보가 발견한 해외 은닉 재산 4414만7000달러 중 회수에 성공한 금액은 45%(1989만3000달러)에 그쳤다. 실적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예보는 그간 준비해온 소송금융을 본격적으로 현지에 투입해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소송금융은 투자회사 등 제삼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승소 시 판결금 일부를 공유하는 리걸테크(Legal-tech, 법률+기술)의 일종이다. 예보는 공공기관 최초로 소송금융 도입 근거를 마련한 이후, 지난해부터 이를 미국 현지 회수 소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예보는 성공보수 조건으로 미국 내 소송을 맡기려 했으나, 현지 로펌들이 난도가 높다는 이유로 시간제 보수(Billable hour)를 요구해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소송금융을 통하면 투자사가 로펌 비용을 대신 부담하므로, 예보는 예산 부담 없이 공격적인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소송금융을 활용해 미국 내 회수 소송을 다수 제기해왔으며, 이를 이번 업무계획에 담아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나설 것"이라며 "실질적인 회수 성과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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