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수용자가 자해로 치료받은 뒤 출소했다가 다른 범죄로 다시 구금된 경우, 국가는 치료비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025년 12월 11일 대한민국 정부가 A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구상금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다21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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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A 씨는 2012년부터 교정 기관에 수용돼 있다가 2022년 1월 대구교도소에서 자해했다. 같은 해 7월 형기 종료로 출소했다.
A 씨는 10월 특수협박죄로 다시 구속돼 수원구치소에 입소했다. 이듬해 2월까지 앞선 자해 행위로 인한 수술 및 통원 치료를 받았다. 정부는 A 씨 치료비로 약 3535만 원을 지출했다. 정부는 "A 씨의 자해로 발생한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부담했으므로 그 상당액을 반환하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7조 제5항은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해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소장은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심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가 치료비를 구상하려면 수용자의 지위가 유지된 상태에서 부상이 발생하고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해석했다. A 씨는 자해 후 출소해 수용자 지위를 상실했다가 다시 구금된 뒤 치료를 받았으므로,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국가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국가가 치료비를 구상하기 위해 반드시 부상 발생 시점과 치료 시점 모두에서 수용자 지위가 유지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교정시설의 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해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수용자 스스로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부상 등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가는 수용자에게 지급한 진료비·치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의 구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반드시 수용자가 동일한 사유로 수용된 상태에서 부상과 치료 행위가 이뤄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자해 행위 당시의 수용자 지위가 외부 의료시설에서 부상을 치료할 당시까지 유지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구상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에는 형집행법상 구상권 발생 요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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