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함께 기소된 우고 아르만도 카르바할 바리오스(Hugo Armando Carvajal Barrios) 전 장군의 변호인이 한국 이민자 출신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국제 마약 사건' 전문 샌디 리(Sandy S. Rhee) 변호사.
샌디 S. 리(Sandy S. Rhee) 미국 변호사. 본인 제공
카르바할은 일명 '엘 포요(El Pollo·스페인어로 '닭'이라는 뜻)'로 불리며 미국과 유럽으로 밀매된 수 톤의 코카인 유통을 감독한 혐의로 20년 가까이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법무부의 추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는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결정적 증언을 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런 카르바할의 변호인이 리 변호사다. 서울에서 태어난 리 변호사는 1974년 5세 때 미국으로 이민간 뒤 귀화했다. 2001년 미국 버지니아주(州)에 있는 리치몬드대 로스쿨(Richmond School of Law)을 졸업하고 같은 해 버지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워싱턴D.C. 변호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리 변호사는 올해(2026년)로 26년 차 경력의 베테랑이다.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한다. 영어와 스페인어에 모두 능통해 국제 마약 사건과 멕시코나 중남미 출신의 범죄인 인도 대상자 사건을 다수 맡았다.
미국 법원에 리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현재 버지니아 그레이트 폴스 지역에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 변호사나 동료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수행한다. 별도의 법률 사무소 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리 변호사는 이메일과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법률신문 기자와 대화에서 "100% 의뢰인의 소개(referral)로만 사건을 맡는다"며 "의뢰인들과 쌓은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사건을 수임한다"고 밝혔다.
'Solo Practitioner'이지만 리 변호사는 굵직한 사건을 맡아 왔다. 일명 '스코피언(전갈)'으로 불리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U.S. v. Juan Manuel Abouzaid El Bayeh), 멕시코를 포함한 세계 최대 마약 조직들과 공모해 미국으로 마약을 밀매한 조직의 수장이 연루된 사건(U.S. v. Ra?l Flores Hern?ndez), 멕시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마약 제조용 대량 화학물질 조달책 관련 사건(U.S. v. Javier Algredo-Vazquez) 등이 대표적이다.
마두로 대통령 사건도 마약 밀매 혐의가 주요 혐의라 카르바할은 리 변호사의 전문성을 높이 사 그를 변호인단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뢰인(카르바할)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불리한 잠재적 증인"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평할 수 없다"고 법률신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카르바할의 활동은 마두로 대통령 전 차베스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르바할이 운영에 깊게 관여한 범죄 조직,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의 활동은 앞서 1월 3일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전격 압송하는 데 핵심 근거로 인용됐다. 차베스는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태양의 카르텔은 베네수엘라 군복의 태양 무늬 패치에서 유래했다.
카르바할은 2021년 스페인에서 체포됐다. 2014년 발부된 체포 영장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됐다. 2025년 6월 혐의를 인정했다. 카르바할은 2025년 12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보낸 3장 분량의 서한에서 "수년간 목격한 위험으로부터 미국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완전한 진실을 밝혀 속죄하겠다"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카르바할은 서한에서 "차베스 정권이 범죄 조직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며 "현재 그 조직은 마두로 등 베네수엘라 정권 고위층이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로로 미국에 유입된 마약은 단순 부패의 산물이나 독자적 밀매범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미국을 겨냥해 베네수엘라 정권이 조직적으로 기획한 고의적 정책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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