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유제훈기자
북한이 출처가 불분명한 무인기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북 사과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정 장관은 이날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군·경찰의 진상조사단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최근의 무인기 사건과 별도로 2024년 10월 윤석열 정부 당시 벌어진 '평양 무인기 투입' 사건을 함께 언급하며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사과 유감 표명을 했듯, 그에 맞춰서 우리 정부도 상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상응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부 차원의 대북 사과 가능성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상응조치의 주체'에 대해 "대통령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며 "조치의 주체는 정부"라고 설명했다.
전 정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현 정부에서 사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여러 정치적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문제삼고 나선 무인기의 경우 군용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정부 차원의 사과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내에서 북한 요구에 수세적으로 따라간다는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있다"며 "실제 도발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크게 약점을 잡힐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서 북한의 공세적 구도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 밤 10시께 갑작스레 나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도 그는 "표면적으로는 무인기가 명분이지만, '비핵화 반발'이라는 중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일본에서 회담을 가진 한일 정상이 오후 2시께 '완전한 비핵화' 문구가 담긴 공동 언론발표문을 냈는데, 북한이 이에 반발하기 위해 서둘러 담화문을 작성해 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해당 담화에서 "서울이 궁리하는 '조한(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희망 부푼 여러 가지 개꿈들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전부 실현 불가한 망상"이라며 비난했다.
김 부부장 담화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한 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소통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자 불과 이틀 만에 거듭 담화를 냈다. 이에 대해 무인기 사건을 문제삼고 나선 북한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낙관 해석'이 도발 명분을 부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절제되고 건조하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감정적 대응이나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하고, 상호 적대 행위 중지라는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하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통일부가 즉각적으로 '소통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밝히되, 담담하고 절제된 대응이 북한의 '길들이기' 전술을 무력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북한의 거듭된 '대남 담화'에 "남북 간에 일체 연락과 소통 채널이 끊어져 있다 보니 공중에다 대고 담화 등을 통해 서로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며 "지극히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속히 남북 간 연락망과 소통 채널 복구되고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