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경쟁 기업들은 결국 따라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빨리 선도해야 합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는 자동화·로봇·인공지능(AI)을 '공급망 초격차'의 핵심 축으로 꼽았다. 제약 생산은 보수적인 산업이라 반도체 등 여타 산업처럼 무인화가 더뎠지만, 최근 들어 공정 자동화·피지컬 AI 도입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존림 대표는 지난 6일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 현장을 찾아 로봇 기술의 진전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10년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게 5년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투자한 로봇 생태계도 언급하며, 물류·운반 같은 '쉬운 구간'부터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I를 생산 공정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존림 대표는 "공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차·오류 리포팅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양액(배지)·정제용 수지(레진) 등 핵심 자재의 사용 주기와 상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공정 문제가 생기기 전 신호를 더 빨리 잡아내고, 배양·정제 공정에서 병목을 줄여 동일 설비에서도 더 안정적으로 질 좋은 원료의약품을 뽑아내는 것이다.
미국 생산거점(록빌) 인수 효과에 대해서는 "미국 공장이 생겼다고 해도 주요 생산은 아직 한국"이라며 "송도는 78만5000ℓ의 압도적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록빌은 아직 6만ℓ 수준이라서 고객사가 원하는 미국 내 생산 옵션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존림 대표는 그러면서도 "6만ℓ에서 추가로 2만~4만ℓ 정도 생산 능력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록빌 인수가 매물·가격·규모·운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라는 점을 강조해 설명했다. 공장은 시장에 많이 나와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호하는 공장은 많지 않았는데 규모와 지역, 가격 측면에서 록빌 공장이 가장 적합했고, 무엇보다 록빌 공장을 운영하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기존 고객사라는 점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존림 대표는 두 생산거점을 동일한 기준으로 빠르게 운영하는 '표준화'가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어느 공장에서 생산해도 똑같이 생산해주고, 빨리 생산해주고, 승인받게 하는 게 목표"라며 "두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면서도 품질·속도에서 일관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림 대표는 13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 발표 무대에도 올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25년 증대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굳건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인적분할 완수와 5공장 가동, 오가노이드 론칭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2025년 말 확보한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 부지와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공장 등을 기반으로 2026년에도 글로벌 톱티어 CDMO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JPMHC는 매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최 측인 JP모건으로부터 2017년부터 10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아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 볼룸(Grand Ballroom)'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했다. 그랜드 볼룸은 500여개 발표 기업 중에서도 선별된 25개 기업만이 설 수 있는 무대다. 발표 순서 역시 지난해에 이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 유수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나란히 행사 이틀 차로 배정됐다.
이번 발표에서 존 림 대표는 먼저 인적분할 완수를 지난해의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리 등을 맡은 투자부문을 분리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99.9%의 압도적 찬성률로 분할계획서가 승인됐고, 11월 인적분할을 완료했다.
존 림 대표는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Pure-play) CDMO'로 거듭났다"며 "우려됐던 사업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본연의 CDMO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수주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이후 생산능력·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의 '3대축' 확장을 한층 더 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12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발표하며 미국 내 첫 을생산거점 확보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한·미를 아우르는 멀티사이트 제조 체계 구축으로 고객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포트폴리오 면에서도 ▲항체접합치료제(AXC) ▲항체백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멀티 모달리티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제3바이오캠퍼스 부지 확보, 삼성 오가노이드(Samsung Organoids) 서비스 론칭,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생산시설 가동 등 성과를 거뒀다.
생산능력 확장 측면에서는 지난해 4월 생산능력 18만ℓ 규모의 5공장을 본격 가동했으며, 최근 2공장에 1000ℓ 규모 바이오리액터를 추가하며 송도 내 총 생산능력(1~5공장)을 78만5000ℓ까지 늘렸다. 또한 지난해 12월 인수를 발표한 미국 록빌 공장의 6만ℓ까지 합산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