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자식 주고 강북은 영끌…서울 아파트 거래량 늘었는데 거래액 연중 최저[부동산AtoZ]

서울 아파트 거래지도 재편
12월 거래량 늘었지만 총액 급감
'더 늦기 전에 사자'는 실수요
9억 이하 강북아파트 집중 매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중저가,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량 증가에도 거래 총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15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집값 진원지의 거래가 확 줄어든 대신 '더 늦기 전에 사자'라는 실수요가 9억원 이하 강북 지역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자리 잡을 경우 집값 상승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반등했지만 중저가 집중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분석 결과, 전일 기준 지난해 12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는 3751건(해제거래·공공기관 매수 제외)으로 전월(3337건)보다 12.4% 늘었다. 12월 매매 신고 기한은 이달 말까지나, 이미 11월 한 달 치보다 400건 이상 많다. 시장에서는 최소 6000건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도에 따라 춤을 추는 '관치(官治) 롤러코스터' 장세가 뚜렷했다. 6월에는 6·27대책 발표 직전 '막차' 수요가 몰리며 1만1192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대출 한도 6억원 규제가 시행된 7~8월에는 4100건대로 급감했다. 9월 8400건대로 반등했지만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이자 11월 3300건대로 주저앉았고 12월 들어 다시 반등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대부분의 거래는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 이뤄졌다. 노원구(81.3%), 구로구(52.1%) 등의 거래가 급증한 반면, 서초구(-60.3%), 용산구(-53.5%), 강남구(-50.8%)는 반토막 났다. 지난 한 해 집값 급등의 진원지였던 지역의 거래가 끊긴 사이, 그간 소외받았던 지역에서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별로 보면 구로구 한마을아파트가 19건으로 서울 1위를 기록했고, 강북구 벽산라이브파크(16건), 관악구 벽산블루밍(15건), 노원구 태강아파트(15건)가 뒤를 이었다. 거래가 많은 상위 20개 단지 중 강남3구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4건) 한 곳뿐이었다.

거래량 1위 한마을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10·15대책 직후에는 조용하다가 지난해 12월 들어 거래가 다시 되기 시작했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생애최초처럼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게 적용돼도 대출이 최대 6억원이라 살 수 있는 집값이 사실상 9억원 아래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돈으로 올 수 있는 역세권 대단지라 많이 찾는다"며 "거래가 몰리면서 매물이 거의 소진됐고, 가격도 5000만원 전후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전용 59㎡는 7억5000만~8억원 선에서 거래되다 현재 8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거래량 2위인 벽산라이브파크 인근 중개업소 대표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문의는 여전히 많은데 매물이 없어 거래가 줄고 있다"고 했다.

실거래가 총액은 연중 최저

이처럼 거래량이 늘었지만 거래금액은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매매 총액은 4조1225억원으로, 11월(4조3757억원)보다 5.8% 감소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저가 아파트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거래량 증가에도 거래액은 줄어들게 됐다. 전체 거래에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50.9%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15억원 초과 비중은 26.5%에서 17.9%로 줄었다. 거래가 9억원 이하 구간에 집중되면서 평균 거래가격도 약 13억원에서 약 11억원으로 약 2억원 내려갔다.

대출 한도 축소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매수 심리가 꺾이지 않은 결과다. 매수 가능 가격대가 낮아진 실수요가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거래량은 늘었지만 거래액은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나게 됐다. LTV 70%가 적용되는 생애최초라도 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이어서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도 대출로 커버되는 집값은 8억5000만원 안팎에 그친다. LTV 40%가 적용되는 일반 매수자는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기에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선택지가 좁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저가 쏠림이 '집값 키 맞추기(갭 메우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시장에서는 신축이 먼저 오르고 재건축이 따라붙은 뒤 재고주택으로 확산하는 패턴이 있는데, 신축과 재건축은 이미 크게 올랐다"며 "노원 등지 재건축까지 수요가 붙는 건 가격 격차를 메우는 과정이고, 다음 단계로는 구로·금천 같은 지역의 실거주 선호 단지로도 매수세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한도 탓에 기존 주택 보유자(일반 LTV)는 움직이기 어렵지만, 생애최초는 LTV가 높아 10억원 안팎 중저가 시장에서 거래가 먼저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갈포자(갈아타기 포기자), 전세로 몰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김현민 기자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시장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의 주거 사다리가 끊긴 실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세 실거래 총액은 약 6조6000억원으로 매매의 1.6배에 달했다. 11월에도 전세(약 7조3000억원)가 2배 가까이 앞섰다. 통상 매매 실거래가 총액이 전세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입주·재건축 지연과 집주인의 월세 선호로 공급은 쪼그라든 반면 대출 규제로 매수를 미룬 수요가 전세로 쏠리며 수급 불균형이 커졌다. 대책 직전인 10월에는 매매가 전세(약 6조7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았다. 구로구의 한 중개사는 "전세 매물은 한 건도 없다"며 "10·15대책 이후 전세 낀 집은 매매가 안 되고, 실수요자만 거래하다 보니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 사려는 이들이 줄어든 강남에서는 세제 개편 등을 우려해 증여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는 1054건으로 전월보다 47% 늘며 3년 만에 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는 같은 기간 187건에서 318건으로 70% 급증해 서울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11월 10건에 불과했던 증여 신청이 12월에는 42건으로 4배 이상 치솟았고, 서초구 반포동도 7건에서 20건으로 늘어났다. 오는 5월 양도세 중과 부활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강남3구는 다주택자도 많고 보유세 부담도 있어 증여 고민이 많은 지역"이라며 "주택 가격이 더 올라 증여세가 늘어나기 전에 자녀에게 미리 넘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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