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뀌는 글로벌 AI 시장…애플, '라이벌' 구글 제미나이 탑재한다

제미나이,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모델로 채택
애플 기기서 연내 제미나이 활용
구글, 스마트폰용 AI 사실상 독점 예상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의 맞수인 애플과 손을 잡았다. 스마트폰 시장 최대 경쟁사이자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한 애플이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채택한 것이다. 자체 AI 반도체와 검색엔진 기반의 풍부한 학습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 AI가 애플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맞으면서 AI 시장의 대격변이 예상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800조원)를 넘었다.

애플과 구글은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플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와 개인 비서인 '시리' 등은 올해 중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동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양사가 계약을 조율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억대 이상이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이용자들이 제미나이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애플이 경쟁사인 구글의 AI 모델을 탑재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경쟁력 부족이 꼽힌다.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모두에서 경쟁사들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AI 지각생'이라는 오명을 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제미나이를 내세워 AI 기능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애플이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내세웠던 에이전틱 AI 기능인 '개인화된 시리'도 당초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지만 개발이 늦어지면서 올해 중 기능을 선보일 전망이다.

애플이 사용하기로 한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은 매개변수(파라미터) 약 1조2000억개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가 사용하는 매개변수 1500억개 규모인 자체 모델의 10배에 해당한다. AI 모델의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고난도 연산과 추론 작업에 유리하다. 현재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자체 모델 이외에도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용자의 요청이 복잡한 내용일 경우 챗GPT를 거쳐 답변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구글과 오픈AI의 모델 모두를 활용하지만 제미나이가 주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애플 기기에서 제미나이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는 쓰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활용하는 제미나이 모델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 기기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형태로 동작하거나 외부망과 차단된 애플의 자체 서버인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제미나이가 애플 인텔리전스에 탑재되면서 구글의 AI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글은 계열사인 딥마인드를 통해 바둑 AI인 '알파고'를 선보이는 등 일찍이 AI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제미나이의 전신인 '바드'가 챗GPT에 크게 뒤처지는 성능을 보이면서 오픈AI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후속으로 내놓은 제미나이 성능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됐고, 지난해 11월 출시한 제미나이 3.0 프로는 챗GPT의 최신 모델 성능을 추월했다. 특히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오픈AI의 자리를 넘볼 것으로 보이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구글은 스마트폰용 AI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용 OS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AI를 구동할 수 있는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에는 제미나이가 들어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I 서비스의 두뇌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채택하면서 사실상 자체 AI의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AI 뒤처진 애플이 구글에 손을 내밀면서 구글의 AI 영토가 한층 넓어졌다"고 말했다.

구글은 AI 모델 개발을 위한 자체 칩과 학습을 위한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해 'AI 풀스택'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미나이 개발과 작동에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7세대 TPU인 '아이언우드'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힌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등을 통해 확보한 풍부한 데이터를 AI 학습과 개인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모델인 '가우스'와 구글의 제미나이 이외에 새로운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에 퍼플렉시티의 모델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렉시티가 탑재된 빅스비는 다음달 말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IT부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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