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개화]② LP도 GP도 진심…공급·수요 동시에 열려

주요 LP 10년 전부터 해외 운용사 출자
경험 쌓이자 국내 출자 비중 늘려
GP들도 분주…법인 신설 및 확장
중견 이하 기업 수요에 성장 잠재력↑

국내에서도 사모신용대출(프라이빗 크레디트)이 새로운 자금조달 인프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은행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 자본 공급자로 성장했지만, 한국은 이제야 필요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며 본격적인 시장 개화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자금을 대는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자(LP), 대출을 집행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GP)까지 '진심'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해외서 경험 쌓은 LP들, 국내 비중도 늘려

국내 연기금·공제회는 이미 해외에서 사모대출 경험을 충분히 축적했다.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사모대출 펀드 운용사에 출자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낮은 변동성 조합의 장점을 확인했다. 은행보다 금리·리스크 요인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포지션이 돋보인다는 점도 LP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이 경험이 국내에서도 움직임을 촉발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형제 격인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지난해 6월 말 9530억원 규모의 1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마무리할 당시 이미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31곳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출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모대출투자팀을 신설했다. 사학연금은 사모대출 투자 비중을 2024년 20% 내외에서 지난해 40%까지 끌어올렸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도 사모대출 비중을 2029년까지 33.5%로 키울 계획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부동산자산팀을 줄이고 사모대출팀을 두 개로 늘렸다.

대형 GP도 크레딧 사업 신설·확대

국내 GP들도 기업 자금조달 환경 변화 속에서 사모대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확장하고 있다. IMM크레딧앤솔루션은 2020년 9월 국내 최초 크레디트 전문 하우스로 출범했다. HD현대중공업 교환사채(EB) 투자 등 트랙레코드를 쌓으면서 운용자산을 약 3조원 규모로 불렸다. 2021년에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VIG파트너스가 각각 글랜우드크레딧,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을 출범시켰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들어 크레딧본부를 크레딧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조직 수장도 본부장에서 대표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본격적인 사모대출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포석이다. 프랙시스캐피탈도 지난해 자회사 프랙시스크레딧앤솔루션즈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메자닌, 구조화 등 기존 프라이빗에쿼티(PE)의 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PE들은 홈플러스 사태 등을 계기로 PEF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진 가운데 기존 바이아웃 딜이 줄어들자 택한 전략이다. 특히 사모대출은 규모·속도·위험을 조정해 다양한 기업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크레디트를 새로운 '딜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자금 조달 환경 변화로 성장 여지 충분

기업들도 사모대출을 현실적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환 부담이 커지고, 상법 개정과 주주 반발로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 발행까지 까다로워졌다. 은행 대출 심사 기준은 더 엄격해지고 실행 속도도 늦다. 한 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은행은 담보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지만, 사모대출은 구조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부터 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상장 대기업보다는 중견 이하 비상장 기업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있지만 담보자산이나 신용등급이 충분치 않거나, 은행 대출만으로는 부족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한 PE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요구하는 정형화된 담보가 없을 뿐 준수한 현금흐름과 규모를 갖춘 기업들도 상당하다"며 "이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이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여러 하우스가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