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일본에서는 매년 연말 온라인 플랫폼 운영회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한 '인터넷 유행어 100선'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끄악~나 죽는다(グエ-死んだンゴ)'라는 말이 순위에 올랐는데요. 이 대사는 희귀암 투병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은 22세 청년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X(옛 트위터)에 남긴 말입니다. 본인의 죽음을 예견하고도 이렇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요? 심지어 이 대사가 젊은 세대의 기부행렬을 이끌었다는데요. 오늘은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고(故) 나카야마 카나루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나카야마씨는 2003년생으로, 학창 시절 기타와 테니스에 몰두했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재수하고 홋카이도 대학 이공계 학부에 입학했는데, 전자 기타와 베이스를 좋아해 관련 동아리 회장을 맡을 정도로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고 합니다.
투병 중인 나카야마 카나루씨의 모습. NHK.
입학 후부터 '등이 가끔 아프다'라거나 등이 부어오르는 등의 증상이 있긴 했는데, 통증이 크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름방학에 혹이 커지는 것을 느껴 정밀 검사를 받고, 2023년 10월에 유상피육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연간 20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암이었는데, 종양이 갈비뼈에도 붙어 있어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등 근육 일부와 종양이 붙어있던 갈비뼈까지 제거해 걷기 어려울 정도로 큰 수술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본인은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아르바이트에 복귀하고, 대학 수업에도 나가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부모님이 차로 태워다주려고 하면 오히려 할 수 있는데 왜 그러냐며 화를 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으면서, 본인의 병상일지를 계속해서 블로그와 X에 올렸는데요. 진단받았을 때에는 '(종양이) 엄청나게 커! (デカスギイ!)'라는 제목으로 진단이 나오기까지의 병원 일상을 정리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난생처음 CT를 찍었다. 근데 금방 끝나서 재미없었다'라는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부담감을 풀어나갔죠.
나카야마씨가 블로그에 올리던 암 투병기 모음. 나카야마 블로그.
수술에 이어 항암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생각했지만, 1년 뒤 재발 진단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1년 뒤 생존율이 50%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그러나 부모님에 따르면 이 소식을 듣고 나카야마씨가 울거나 절망하지 않았다고 해요. 덤덤하게 블로그에 '재발했대요. 운이 없네요. 한탄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소재라도 재밌게 승화시켜 보려고 합니다'라고 올립니다. 그 이후에는 '너무 큰 것, 다시 말해 암에 대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암 투병기를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투병기에는 본인의 삶을 긍정하고 다른 사람의 일상에 힘을 주는 이야기들을 올리는데요. 가령 저체중인데도 거식증에 걸려 계속 샐러드 등으로 연명하는 청소년의 게시글에 "이런 거 그만 먹고 맛있는 거 먹자"고 댓글을 다는 식이었습니다. 또 병세가 악화할 때도 "내가 당황해봤자 암이 낫는 것도 아니고 다음 생에 기대나 해야겠다"라거나 "생각보다 게임을 할 때 사람이 체력을 많이 쓰는 거였네" 등 자조적인 농담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지난 9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갈 때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날마다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남은 여름휴가 즐겁게 보내세요"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아마 조금 있으면 죽을 것 같은데'라는 게시글을 업로드하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12일에 세상을 떠납니다. 바로 다음 날인 13일, 나카야마 친구는 나카야마가 세상을 떠났다며 그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부고를 전합니다.
나카야마씨가 평소 이용하던 X 계정. 2025년 10월 13일 친구가 전한 부고소식에 이어 14일에 '끄악 죽는다'라고 쓴 예약 게시물이 업로드돼있다. X.
그런데 다음날인 14일, 갑자기 나카야마 계정으로 '끄악~나 죽는다'라는 게시글이 하나 더 올라오게 됩니다. 알고 보니 나카야마가 본인의 죽음을 예견하고 게시글을 예약을 걸었고, 이것이 업로드됐던 것입니다. 의역했지만, 일본 SNS에서는 궁지에 몰리거나 난처한 상황일 때 '난 망했다'라는 의미로 쓰는 속어라고 해요. 본인의 죽음을 알고도 마지막까지 웃음으로 이를 승화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약 게시물이 업로드된 뒤, '세상을 떠난 뒤에 올라온 괴짜 게시물'이라며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조회 수 3억6000만회를 기록했을 정도죠. 네티즌들도 '성불해라'라며 유머를 섞은 애도의 표현으로 애도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카야마씨를 위한 조의금이라며 기부행렬이 잇따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가 입원했던 홋카이도 암센터에는 11월 한 달 동안 1248건의 기부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금액은 521만8000엔(4804만원)이었다고 하죠. 심지어 나카야마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 해 기부는 0건이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당황했을 정도라고 해요. 같은 기간 재단법인 암 연구회에도 2400건의 기부가 이어졌고, 암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오스미 기초과학 창성 재단에도 2000건의 기부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이를 보도했는데요.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부 문화가 그다지 확산하지 않은 편이라고 합니다. 영국 자선단체가 발표한 기부 문화 조사에서 일본은 연간 소득에서 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조사 대상 101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하죠. 이런 곳에서 기부가 줄을 이었으니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목할만합니다.
요즘 아버지는 나카야마씨가 그간 올렸던 게시물들을 반복해서 읽고 있다고 해요. 친구들도 자주 집에 찾아와 과자나 음료를 올리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SNS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날을 세우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공격이 오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카야마씨의 마지막 메시지는 정반대의 반응을 끌어냈죠. 힘든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던 삶의 태도가 비판과 냉소가 익숙해진 온라인 공간의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바꾼 셈인데요. 모쪼록 평안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