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특수 끝났나' 소비 3.3%↓… 21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종합)

2025년 11월 산업활동동향
"추석 등 10월 대비 기저효과"

지난달 소비가 기저효과로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생산과 투자, 건설 지표는 소폭 개선 흐름을 보이며 경기의 명암이 엇갈렸다.

국가데이터처가 30일 발표한 '2025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월(-3.5%)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는 지난 8월(-2.4%)과 9월(-0.1%)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10월(3.6%) 추석 연휴와 소비쿠폰에 힘입어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기저효과로 한 달 만에 다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 부진은 전 품목군에 걸쳐 나타났다. 음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포함한 비내구재 판매가 전월 대비 4.3% 줄었고, 의복과 오락·취미·경기용품 등이 포함된 준내구재 판매 역시 3.6% 감소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을 포함한 내구재 판매도 0.6% 줄었다. 업태별로는 대형마트(-8.3%), 슈퍼마켓·잡화점(-4.8%)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무점포소매와 승용차·연료 소매점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배경으로는 10월 소비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가 우선 지목된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사라졌다기보다는, 10월 소비 급증에 따른 역기저효과와 소비 시점 이동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긴 추석 연휴로 음식료품 구매가 앞당겨졌고, 때 이른 한파로 겨울 의류 판매가 10월에 집중되면서 지난달 감소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소비 심리를 제약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심의관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소비재와 해외 직구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기여도 산출은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달 발생한 쿠팡 해킹 사태 등 온라인 쇼핑이나 특정 플랫폼 이슈 영향에 대해서는 "11월 중 발생한 사건이 지표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1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방한 관광 비수기에 외국인의 방한 관광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항공, 숙박, 쇼핑, 식음, 체험,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개최해 온 한국의 대표 쇼핑관광축제다. 특히, 이번에는 개최 시기를 12월로 앞당겨 더욱 많은 외국인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2025.12.17 강진형 기자

소비와 달리 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다. 1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 8월(-0.3%) 감소 이후 9월(1.3%) 반등했다가 10월(-2.7%) 다시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지만,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생산 회복은 반도체와 전자부품이 주도했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7.5% 늘었고, 신규 휴대전화 판매 호조에 따른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로 전자부품 생산도 5.0% 증가했다.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늘었다. 이 심의관은 "지난달 반도체 생산이 크게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고, 연말 분기 말 효과와 계약 물량 반영 등으로 반도체 업황 자체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금융·보험업, 협회·수리·개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0.7% 늘며 전산업 생산 증가를 뒷받침했다.

투자 지표도 소폭 반등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10월에 14.1%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지만, 일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5.0% 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건설업 생산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공사 실적 증가로 전월 대비 6.6% 늘었다. 주거용·비주거용 건축에서 공사 물량이 확대된 영향이다.

전반적으로 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산업활동 3대 지표가 모두 기저효과 영향을 많이 받아 경기흐름을 제대로 따져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판단 지표도 여전히 혼조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 출하 지수와 광공업 생산, 건설기성액 등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와 금리차 등 일부 선행 지표가 개선된 영향이다. 이 심의관은 "연초 저점 이후 반등이 이어질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지만, 건설과 내수 출하 부문의 회복이 아직 뚜렷하지 않아 경기 개선 흐름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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