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독일 뮌헨의 명소로 꼽히는 영국정원 내 아이스바흐 강을 두고 서퍼들과 시 당국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9일 AP·AFP통신 등은 독일 뮌헨의 한 하천에서 파도가 사라지자 더 이상 서핑을 할 수 없게 된 서퍼들이 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뮌헨 아이스바흐 강에서 서핑 즐기는 서퍼. AFP 연합뉴스
영국정원을 흐르는 아이스바흐 강은 1980년대부터 서퍼들에게 사랑받은 서핑 장소였다. 초기에는 안전 문제로 서핑이 금지됐으나 2010년대 들어 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아 왔다.
파도가 사라진 건 지난 10월 시 당국이 강바닥을 정비하면서다. 퇴적물과 자갈,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한 후 이 강의 상징적이던 파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서퍼들과 시는 파도 복원을 위한 논의에 나섰지만, 행정 절차가 더디다고 느낀 일부 서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성탄절이던 지난 25일 누군가가 아이스바흐 강바닥에 몰래 기둥을 설치해 인공적으로 파도를 만들어냈다. 현장에서는 서퍼들이 즉석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현수막을 걸고 오랜만의 파도를 즐겼다.
시 당국은 이를 알고 28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소방대원을 투입해 강바닥의 기둥을 제거했다. 그러자 파도는 다시 사라졌다. 뮌헨시 당국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기둥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아이스바흐 파도에 허용되지 않는 구조물을 용납해서도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 안전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었다. 지난 5월에는 33세 서퍼가 강바닥에 걸린 보드 줄을 풀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당국은 서핑 조건과 구조물 설치 기준을 더욱 엄격히 검토해왔다.
뮌헨 서핑 동호회는 시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단체는 "시가 파도 복원에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호회는 약 3만∼5만명의 현지 서퍼들이 이곳 아이스바흐 강을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