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마운자로 투약 9주차, 샤워를 마치고 배수구를 보며 난생 처음 '탈모'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과정에서 툭툭 머리를 털자 머리카락 후두둑 떨어졌다. 다이어트를 하면 탈모가 올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막상 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꿈만 같았다. 속이 메스껍다거나 변비가 생겼다는 식의 흔한 부작용은 견디면 지나갈 것 같았지만, 탈모는 이야기가 달랐다. 외형 변화가 체감되는 순간부터는 약의 효과 뿐 아니라 '대가'도 따라왔다.
샤워 후 머리를 말리는 과정에서 빠진 머리카락. 체중이 빠르게 빠질 때 몸은 에너지·단백질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 다시 계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발처럼 '생존과 직결되지 않은 영역'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짧은 기간 체중이 빠지면, 몸은 에너지·단백질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 다시 계산한다. 그 과정에서 모발처럼 '생존과 직결되지 않은 영역'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스트레스·수면 부족·영양 불균형이 겹치면 신호는 더 크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마운자로 리포트 자문을 맡은 박경민 성수멜팅의원 원장은 "빠르게 체중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면, 근손실과 모발 컨디션 저하로 나타난다"라고 말한다. '약이 머리를 빠지게 했다'가 아니라, 약이 만들어낸 영양 섭취 감소와 생활 변화가 몸 속 대사의 우선순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섭취 욕구를 줄이고 체중을 비교적 빠르게 감량하는 다이어트 치료제의 효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개인별로 차이가 크지만 부작용에 대한 경계는 다이어트 치료제를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살이 빠르게 빠지면서 생기는 가장 잦은 부작용은 역시 소화기 증상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설사 등 소화기 불편감이다. 다만 박 원장은 "마운자로가 위고비 대비 속쓰림·울렁거림의 빈도도 낮고 중증도도 낮다"며 "GIP(위 억제성 펩타이드)가 울렁거림을 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췌장염이다. 박 원장은 "빈도는 굉장히 낮지만, 알아채기가 쉽지 않아서 미리 예방하기가 어렵다"며 "몸무게가 많이 빠지는 사람들은 담석이 생길 수 있는데, 그 돌이 내려오다 췌장 입구를 막으면 췌장염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단순히 '약이 췌장에 나쁘다'는 도식이 아니라, 감량 과정에서 동반될 수 있는 변화(담석 등)가 위험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당뇨 임상자료에서 급성 췌장염은 매우 드물지만 수건 보고됐다. 마운자로군은 환자들이 약을 '100년치'(100 환자-년) 사용했다고 봤을 때 약 0.23건, 비교군은 0.11건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수백~수천 명을 장기간 관찰했을 때 췌장염은 희귀 이상반응으로 관찰됐지만,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중단할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울증도 경계해야한다. 박 원장은 "다이어트 하다가 죽는 사람은 없는데 우울증은 죽는 사람이 생긴다"며 "다이어트 자체가 우울증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즐겁게 살던 사람이 '맛있는 것'을 갑자기 끊는 과정에서 멘탈이 흔들리고, 특히 기존 병력이 있거나 위험성이 있던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먹는 걸로만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은 다른 취미를 미리 찾아두라"고 권한다.
계획했던 12주간의 마운자로 투약이 거의 끝나갈 무렵, 체성분 변화(1~11주)는 분명히 나타났다. 9월 7일 93.1kg에서 11월 23일 87.3kg으로 5.8kg 줄었고, 체지방량은 33.8kg에서 30.1kg으로 3.7kg 감소했다. 체지방률도 36.3%에서 34.0%로 내려갔다. 골격근량은 33.6kg에서 32.3kg으로 1.3kg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