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서며 양국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은 물론 스페인과 슬로베니아에도 밀렸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왔다. 굳어진 엔저 현상, 일본 기업 경쟁력의 쇠퇴, 저출산 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서며 양국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23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달러화 기준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3785달러(약 5009만원)로 전년보다 1444달러(4.3%) 줄었다. 이에 따라 OECD 38개 회원국 중 순위도 전년 22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GDP가 3만6239달러(약 5373만원)로 전년보다 565달러(1.6%)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OECD 회원국 중 순위는 21위로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과의 1인당 GDP 차이는 전년 445달러(약 65만9000원)에서 지난해 2454달러(약 363만9000원)로 커졌으며, 같은 기간 순위 격차도 1계단에서 3계단으로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교도통신은 일본의 1인당 GDP 감소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만성적인 저성장에 엔화 약세가 겹쳤다"고 평가하면서 "일본은 한국에 이어 스페인과 슬로베니아에도 밀려났다"고 전했다.
특히 엔화 약세는 달러 기준으로 산출되는 1인당 GDP를 직접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음에도 추가 긴축 신호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은 다시 157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고 160엔대 재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일본의 1인당 GDP가 한국에 뒤처진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당시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3849달러로 전년 대비 0.8% 감소한 반면, 한국은 3만5563달러를 기록하며 일본을 앞섰다.
닛케이는 "한국의 통계 기준이 바뀌면서 한국과 일본의 순위가 역전됐다"며 "일본의 1인당 GDP가 한국을 밑돈 것은 비교할 수 있는 통계가 있는 1980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민계정 통계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꾼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기준년 개편에 따라 한일 양국의 1인당 소득이 역전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