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동산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초양극화'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흐름이 자리를 잡고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른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그 온기가 모든 지역과 자산에 고르게 퍼지기는 어려워, 투자자들은 신중한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경제 환경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풍부해진 돈의 양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7조9000억원이다. 이는 시중 통화량(M2)의 확대를 예고한다. 통상 유동성이 증가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실물 자산인 부동산의 내재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상향하는 등 '생산적 금융'으로의 체질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서 유동성은 풍부해지겠으나, 금융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성의 엇박자는 결국 늘어난 유동성이 대출 규제 영향이 적은 우수 입지의 상업용 부동산이나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가 몰리는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쏠리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입지 및 임대수익률 등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은 금리 인하로 촉발할 캡 레이트(Cap Rate·자본환원율)와 대출 금리 간의 차이가 개선되는 시기다. 그동안 금리 부담으로 멈춰 섰던 대형 거래들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오피스 투자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시니어 하우징, 현대식 물류센터와 같은 니치 섹터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서울 주요 권역의 프라임 오피스는 여전히 낮은 공실률을 바탕으로 견조한 임대료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 장세와 원화 가치 하락 국면에서는 대규모 개발 예정 부지를 보유한 기업들의 자산 재평가가 기업 가치 상승의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내년까지 대규모 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다. 부채 스트레스가 후행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택 시장은 내년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 부족이 시장을 밀어올릴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공사비 급등과 금리 부담으로 착공 물량이 급감한 여파가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가격의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다. 거래량은 바닥을 다지고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인구 구조적 한계와 대출 규제가 지역별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6년 주거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을 띨 것이다. 이제 부동산 투자의 성패는 단순히 보유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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