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장 없이 연 해수부 부산시대

해양수산부가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 기대와 '행정 효율성 약화' 우려 속에 23일 개청식을 열고 부산 시대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6월5일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를 빠르게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한 후 약 6개월 만이다. 해수부는 정부 부처 중 30년 만에 처음 부산으로 단독 이전했다.

이번 이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장관 부재는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1일 이를 전면부인하면서도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처신"이라며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해수부는 '부산 해양수도 구축', '한국형 북극항로 개척' 등 굵직한 과제를 수장 없이 수행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해수부는 전 전 장관이 주도했던 HMM 본사 부산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 부산 이전 후 각종 후속 대책의 동력 약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세종에 있는 산하 공공기관은 물론 해운물류 대기업인 HMM 본사도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정책·집행 기능을 부산에 집중해 해수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인데 전 전 장관이 직접 HMM 노조와 소통하는 등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또 전 전 장관 시절, 해수부는 내년 1월 중순엔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해수부가 '해양수도 구축과 한국형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직 안정도 시급하다. 해수부는 지난 8일부터 부산으로 사무실 이전을 시작했고 사무실은 대부분 정리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 이사에 불과하다. 해수부 직원 절반 이상은 아직 개인 이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해수부 노조에 따르면, 직원 850명 중 휴직이나 파견 인원을 제외한 693명이 부산에서 업무를 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까지 부산으로 이사를 마친 직원은 이전 대상의 40% 수준이다. 노조는 이번 주말에도 이사를 마친 직원이 전체의 50%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전 대상 직원의 30%만 가족과 함께 부산에 터를 잡을 예정이다. 나머지 70%는 홀로 부산에서 생활해야 한다. 직원들이 부산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성원들의 주거 안정에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해수부 부산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젠 성과를 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해수부 부산 이전이 '내년 지방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셈법'이 아닌, 해양수도 구축과 한국형 북극항로 개척 등 '한국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으로 만들기 위한 후속 조치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