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하다 수감 생활을 한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석방 소감을 밝혔다. 벨라루스 정치범 인권운동단체 '뱌스나 인권센터'의 창립자인 그는 지난 2021년 7월에 체포된 후 밀수 및 공공질서 문란에 대한 자금지원 등 죄목으로 10년 형을 받았으며, 수감 생활 중인 2022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석방된 인권 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미국 대사관에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비알리아츠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공기가 없는 방에서 탈출한 것 같다"며 "산소에 너무나 취해서 곧바로 머리가 핑 돌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 4년 5개월여 만인 지난 13일 석방됐으며, 19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NYT와 인터뷰를 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석방 직전 눈이 가려진 채 차에 태워져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 사이의 국경지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들은 나를 마치 밀가루 포대처럼 실어서 국경 너머로 운송했다"며 "판매되는 상품처럼 취급됐다"고 말했다.
63세인 그는 수감 생활 동안 벨라루스 동부의 호르키시에 있는 '제9호 유형지'의 목공소에서 하루 8시간 동안 목재 조각을 옮기는 등 육체노동을 했다고 한다. 또 정맥에 문제가 있어서 다리가 심각하게 붓는 바람에 2년 넘게 장화에 발을 끼워넣기가 힘들 정도였으나, 다리 수술을 받는 데는 1년 넘게 걸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목공소 일이 힘들긴 했지만, 독방에 갇히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6개월을 보낸 독방을 "감옥 속의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독방에서는 난방이 됐으나 부서진 창문이 폴리에틸렌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곰팡이가 자라서 마치 공기가 안 통하는 지하실 같은 느낌이 났다고 한다.
독방 생활을 했을 때는 하루 20분간 산책이 허용됐다. 교도관들은 그의 면도 상태가 부실하다거나 산책을 할 때 따로 걸었다는 이유를 대가며 그를 매우 추운 징벌방으로 보낼 때도 있었다. 징벌방에서는 새벽 5시가 되면 침대가 접혀서 벽에 끈으로 고정됐고, 잠을 자고 있지 않을 때는 누워 있는 것이 금지돼 철제 벤치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비알리아츠키는 "15분 잠들었다가 너무나 추워서 벌벌 떨면서 깨어나곤 했다"며 "체온을 유지하려고 운동을 해야만 했다"고 했다. 다만 "(교도관들에게) 직접 얻어맞는 일은 없었다"며 "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덕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94년 벨라루스의 첫 민주주의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31년째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해 집권 기간을 36년으로 연장했다. 그는 2차례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조항을 지난 2004년 국민투표로 폐지했다. 지난 2000년부터 25년간 실권을 유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더 오래 집권 중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2012년 외신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독재자다. 사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22년 의회 연설에서는 "나는 독재자이며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이번 인터뷰에서 "소련 해체로 벨라루스가 독립한 이후 계속 집권 중인 루카셴코 정권을 유럽연합(EU)이 결코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