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앞으로 간 해수부…'부산시대' 기대와 우려

세종 떠나 부산으로…오늘 개청식
해양정책 현장성 강화 기대 속
행정 효율성은 과제

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23일 부산청사 개청식을 열고 '부산 시대'를 공식적으로 연다. 중앙부처 본부가 단독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첫 사례다. 세종을 떠나 항만·해운·수산 산업의 중심지인 부산에 둥지를 틀면서, 해양 정책의 현장성과 행정 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행정의 효율·정책 연속성·정착 지원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번 개청은 단순한 청사 이전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부산이 수차례 선언해온 '해양수도' 구상이 처음으로 중앙행정 조직의 물리적 이전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양·수산·해운 산업의 핵심 거점임에도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부산으로서는 행정과 산업의 거리를 좁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을 통해 정책의 현장성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세워왔다. 북항과 신항을 동시에 끼고 있는 부산은 해운기업, 항만운영사, 수산 유통망이 밀집한 도시다. 정책을 만드는 부처가 현장과 일상적으로 호흡할 경우 산업의 요구가 더 빠르게 반영되고, 위기 대응 능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 글로벌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 등 굵직한 해양 어젠다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해수부의 공간적 이동은 정책 실행력과 직결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시 역시 이번 개청을 해양수도 도약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해운기업 본사 유치, 해양금융과 연구 기능 결집까지 이어지는 클러스터 구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행정과 집행, 산업이 한 도시에 모일 경우 해양 정책 생태계가 보다 입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 최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해운 기업이 '해양수도 부산' 구축 계획에 발맞춰 본사 이전을 결정했으며, 내년 초 정관 변경 및 등기 완료 후 상반기 중 부산에 사옥을 마련하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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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해수부 직원 다수가 부산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청사 인근 상권과 주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기간에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중앙부처 본부가 상주한다는 상징성은 지역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시도 해수부 정착 지원을 거든다. 4년간 총 771억원을 투입해 해수부 직원의 주거·정착을 지원한다. 관사 100가구를 마련하고, 이주 정착금(1인당 400만원), 월 정착지원금(월 40만원·4년), 자녀 장학·양육 지원, 중개·등기 수수료 지원 등을 패키지로 내걸었다. 가족 3명 기준으로 각종 지원금을 합치면 4670만원 수준이라는 계산도 제시됐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타 부처 공무원들의 전입 희망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과정에서 해수부 근무를 희망해 지원한 공무원은 약 16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산업통상부와 보건복지부 등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 내부에서는 부산 이전이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라, 오히려 인재 유입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양·수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타 부처 공무원들이 부산 근무를 선호하면서 조직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장관 공석 상태에서 부산시대를 시작했다는 점은 해양수도 구상의 무게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조직 이동이 아니라 국가 해양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사안인 만큼, 정치적 리더십이 분명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향후 후임 장관이 해양수도 구상에 얼마나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행정 효율성 문제도 시험대에 오른다. 현재 부산청사는 임시청사로,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분산 근무에 따른 동선 증가와 부서 간 협업 부담은 불가피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종과 서울에 남아 있는 다른 중앙부처, 국회와의 거리 문제다. 해수부 업무는 예산, 인허가, 외교·통상 등 다부처 조정이 빈번한 구조인 만큼, 대면 협의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착의 지속 가능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부산시는 해수부 직원들의 주거와 생활 안착을 돕기 위해 대규모 정착 지원책을 내놨지만,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력이 부산에 남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지는 미지수다. 교육과 의료, 배우자 일자리, 주거비 부담 같은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둘러싼 인력 이동과 조직 변화는 향후 해양수도 구상의 실질적 진전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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