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줄고 연체율은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상향 등을 담은 'PF 제도개선 방안'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부동산 PF 부실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전체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177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조7000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 기록했던 202조3000억원과 비교해서 익스포져가 크게 줄었다.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져에는 부동산 PF 대출은 물론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채무보증 등 PF 관련 상품이 전부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규 취급 PF 익스포져에 비해 사업 완료와 정리 및 재구조화로 줄어드는 익스포져가 더 많아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져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에 대한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및 부실 우려 여신은 9월 말 기준 18조2000억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져의 10.2% 수준이었다. 유의 및 부실 우려 규모는 지난 3월 말 21조9000억원에서 6월 말 20조8000억원을 기록한 뒤 9월에는 18조원대까지 줄며 2분기 연속 규모가 줄었다.
9월 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4.24% 수준으로 PF대출 잔액 감소에도 금융권의 부실 정리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0.15%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금융회사(저축·여전·상호)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43%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이는 분모인 대출 잔액이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분자인 연체액이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신규 취급액은 증가했다. 지난 3분기 중 신규 PF 취급액은 2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성이 양호한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시장 내 신규 자금이 지속 공급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6조5000억원의 유의 및 부실 우려 사업장이 정리·재구조화됐다. 경공매, 수의 계약 및 상각 등을 통해 11조8000억원이 정리됐고, 신규자금 공급 및 자금구조 개편 등을 통해 4조7000억원의 재구조화가 완료됐다.
부실 사업장이 정리되면서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0%포인트 감소했고, PF 연체율도 5.8%포인트 하락하는 등 건전성 지표 개선 효과가 발생했다.
금융위는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 신규자금 공급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부동산 PF 관련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 조치 10건 중 지속 필요성이 있는 9건에 대해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정상화 시기 등은 내년 상반기 중 부동산 PF 여건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동산 PF 건전성 제도개선방안도 논의했다. 그 결과 PF 시장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대출 제한 규제(자기자본비율 요건)와 관련해 실질적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규제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치·충당금 등을 차등화하고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27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단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취급분부터 적용하고, 자기자본비율을 '5%→10%→15%→20%'로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