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관월당 해체 전 모습(일본 고덕원)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의 고덕원 경내, 습한 바람을 견디며 한 세기를 버텨낸 조선의 건물이 있었다. 왕실 사당으로 추정되는 목조 건축물 '관월당'이다. 20세기 초 도쿄를 거쳐 가마쿠라로 옮겨진 뒤 100여 년의 유랑을 마치고 지난 6월 고국 땅을 밟았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24일부터 경복궁 계조당에서 관월당의 귀환 여정을 조명하는 특별전 '돌아온 관월당: 시간을 걷다'를 연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건축유산이 해체와 운송을 거쳐 온전한 형태로 돌아온 첫 번째 사례를 기념한다.
관월당의 귀환은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의 숭고한 신념이 빚어낸 결실이다. "문화유산은 마땅히 그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해체와 운송 비용 일체를 자비로 부담했다. 한일 양국의 우호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대통령 표창 포상금마저 곽창용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무총장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유산 반환이 국가 간 갈등이 아닌,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공공의 과제'임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관월당 해체 모습(일본 고덕원)
계조당 전시실에는 귀환을 위해 잠시 몸을 해체한 관월당의 '뼈대'들이 펼쳐진다. 대들보 위에서 지붕의 하중을 견뎌온 종량과 대공, 지붕 측면을 화려하게 수식하던 초엽 등 조선 건축의 강인함과 섬세함이 배어 있는 부재들이 관객을 맞는다. 특히 용과 거미, 박쥐, 귀면문이 정교하게 새겨진 암막새 기와는 이 건물이 지녔던 격조를 웅변한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인 관월당은 소나무와 느티나무를 주요 구조재로 삼았으며, 내부에는 격식 높은 공간에만 허락됐던 우물천장이 설치됐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19세기 후반 조선 왕실의 위엄을 담아 건립됐다고 추정한다.
전시는 경복궁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전시 종료 뒤 관월당 부재들을 정밀하게 보존 처리하고, 향후 완전한 복원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