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장애인주차구역 불법 주차 의심 신고를 둘러싼 유튜버와 경찰의 갈등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나서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박재영 서울 광진경찰서장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익 신고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타인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유포하는 행위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익을 내세운 일부 콘텐츠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정배우' 캡처
박 서장은 특히 유튜브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촬영을 문제 삼았다. 그는 "유튜버 활동은 개인의 윤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검증하거나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촬영으로 장애인까지 노출시키는 행위는 이동권과 사회 참여를 위축시키는 중대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유튜버 '정배우'가 지난 12일 '역대급 여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장애인주차구역에서 불법 주차를 신고한 뒤 출동한 경찰관이 신고자에게 거칠게 대응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며 경찰의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급속히 커졌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상황이 영상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현장 출동의 직접적인 계기는 불법 주차 신고가 아니라 "촬영을 하며 차량을 막아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시민의 신고였다. 문제의 차량은 실제 장애인이 탑승한 상태였고, 과태료 부과 대상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유튜버가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차량과 탑승자를 촬영했고, 신분 확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개된 영상에는 경찰과 촬영팀 간 언쟁이 벌어지기 이전의 상황이나 촬영 과정에서의 갈등 장면이 제외된 채, 경찰관이 언성을 높이는 일부 장면만 편집돼 담겼다고 주장했다. 정배우가 공개한 영상에는 허락 없이 차주를 촬영하는 모습, 경찰관과 촬영팀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 이전의 상황 등이 편집된 채 경찰관이 "그렇게 똑똑하면 경찰관을 하시든가"라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만 담겼다는 것이다.
박 서장은 "경찰이 마치 불법 행위를 감싸고 공익 신고를 방해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편집은 현장 경찰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며 "해당 경찰관의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사실관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 없이 특정 장면만을 근거로 한 비난은 멈춰 달라"며 문제의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