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대만인 관광객을 향해 "대만은 중국"이라고 외치며 정치적 주장을 강요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일본과 대만 누리꾼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해외에서까지 강하게 주장한 행동이 국제적 무례라는 지적이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빨간색 원)이 대만인으로 추정되는 여성(파란색 원)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대만은 중국이야”라며 소리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X(엑스)
19일 연합뉴스TV는 대만 싼리신문 등 외신을 인용해 최근 SNS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중국 여성 여러 명이 한 남성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은 SNS에 게시된 뒤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했다. 영상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맞은편에 서 있던 여성에게 손가락질하며 "대만은 중국이다. 해외에 나가면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반복해서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벤치에 앉아 있던 여성 2명과 남성 1명과 함께 일행으로 보였다.
당시 상대 여성은 일본 경찰에게 일본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중국인 일행 중 한 여성이 이를 향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중국인 일행 중 남성 한 명은 상대측 남성을 달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다른 여성 일행이 이를 제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경찰관 3명이 현장에 도착해 상대 여성을 보호한 뒤에야 중국인 일행의 언행은 중단됐다.
해당 영상에는중국인 일행 중 남성 한 명이 상대 측 남성을 달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다른 여성 일행이 이를 제지하는 모습도 담겼다. X(엑스)
영상을 접한 일본 누리꾼은 중국인 관광객의 태도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마쓰마루 마코토 전 도쿄 아다치구의회 의원은 "일본어로 설명하자 '사람 말로 하라'고 한 점이 충격적"이라며 "중국이 세계의 지배자라고 여기는 듯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면 왜 그렇게 큰소리로 주장해야 하느냐", "일본어를 무시하면서 왜 일본에 오는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에 동참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이어지는 중일 갈등 국면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와 대만을 둘러싼 외교적 발언 등을 놓고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 내 중국인 관광객을 둘러싼 여론도 점차 악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월별 중국인 방문객 수는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중국 내 반일 정서와 외교적 긴장이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 간 충돌을 넘어, 정치적 갈등이 민간 교류와 관광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은 국가 간 신뢰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정치적 주장이나 갈등을 공공장소에서 표출하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