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증권가의 공격적인 해외주식 영업활동에 관한 실태점검에 이어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검사과정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 조치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약 1조9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581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 중개와 연계된 환전수수료(개인 대상) 수익 역시 1477억원에서 4526억원으로 많이 증가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확산하며 증권사들의 수입은 늘었지만, 정작 절반에 가까운 투자자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손실계좌 비중은 49.3%로 전년(29.7%)보다 20%포인트가량 확대됐다. 계좌당 이익도 50만원으로 전년(420만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개인의 해외 파생상품 투자도 손실이 컸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개인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선물·옵션) 손익은 -373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대금(7232조원)의 51%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누적된 손실 규모만 2조527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년간 대규모 손실이 지속 중"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주요 증권사·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 적정성 확인을 위한 현장점검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해외 주식 및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 등에 대한 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목한 건 증권사들의 투자자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미국 주식 등 해외투자 고객 유치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거래금액과 비례한 현금 지급, 신규·휴면 고객 매수 지원금 지급, 수수료 감면 등을 통해 해외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투자와 관련한 위험 고지가 미흡한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환율 변동 리스크, 국가별 시차 등에 따른 권리 지급 지연, 과세체계 차이 등 해외투자 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고객 안내가 업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대부분 최초 계좌 설정 시에만 약관 등을 통해 위험을 고지하고 있고, 상시 안내하는 증권사는 일부에 그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실태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날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사 과정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자 위험 감수 능력에 맞지 않는 투자권유, 투자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의 조치를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중심의 영업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증권사의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를 중단할 계획이다. 또 오는 1분기까지 과당 매매 유발 소지가 있는 거래금액 비례 이벤트는 원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증권사들은 연내 2026년도 사업계획 수립 시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광고를 자제하고, HTS·MTS 팝업 등을 통해 해외투자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 안내를 강화하도록 안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