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7일(현지시간)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고용보고서에서 노동시장 둔화 흐름이 나타났지만 고용 붕괴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고,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단서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증시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전 9시59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0.54포인트(0.48%) 오른 4만8344.8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88포인트(0.01%) 오른 6801.1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582포인트(0.13%) 내린 2만3081.879에 거래 중이다.
월가는 고용과 물가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전날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6만4000건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만5000건)를 웃돌았다. 연방정부 인력 감축 영향으로 10월 비농업 고용이 10만5000건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로 전환됐다.
다만 고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11월 4.6%로 상승해 노동시장의 체력 약화를 드러냈다. 이는 지난 9월(4.4%)과 시장 예상치(4.5%)를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2021년 9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거나 경제적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을 포함한 포괄적 실업률은 8.7%로,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면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측도 한층 불확실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초 발표될 12월 고용보고서가 같은 달 2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18일 발표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모두 전년 대비 3.1% 상승해 지난 9월(3.0%)보다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와 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링겐 매니징 디렉터 겸 수석은 향후 물가 지표와 관련해 "고용 지표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급여 지표의 질적 문제가 CPI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 경로와 관련해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보다 1%포인트 높다며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하 속도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CNBC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인하를 서두를 필요 없이 시간을 두고 갈 수 있다"며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중립 수준으로 낮춰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2026년까지 계속 둔화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의 전면 봉쇄를 명령하면서 반등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동부시간 오전 9시59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71달러(1.29%) 오른 배럴당 55.84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날 WTI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과 공급 확대 전망이 부각되며 장중 한 때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5달러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전일 대비 0.79달러(1.34%) 상승한 배럴당 59.71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 국채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수준인 4.15%,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5%로 전일 보다 2bp(1bp=0.01%포인트) 오른 수준을 기록 중이다.
종목별로는 오라클이 미시간 데이터 센터 건설과 관련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5.65% 내리고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주주들에게 이 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을 거부하라고 권고한 후 4.66% 약세다. 엔비디아는 2.1% 하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