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창문처럼 투명하지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창호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건물 외벽과 창호를 활용한 차세대 에너지 생산 방식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다.
전용석 고려대학교 융합에너지공학과 겸 에너지환경대학원(그린스쿨) 교수 연구팀이 한국항공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과 함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24시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투명 태양광 창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 이미지. 분산 브래그 반사경(DBR)-실리콘 하이브리드 태양광 창호 구조. 연구진 제공
기존 투명 태양전지는 투명도를 높이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을 높이면 창문으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또 박막 태양전지는 빛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색상이 왜곡돼,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으로 적용하는 데 제약이 컸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 브래그 반사경(DBR)과 양면수광형 실리콘 태양전지를 결합한 새로운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그대로 통과시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만 선택적으로 반사해 태양전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창문과 유사한 밝기를 유지하면서도 발전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특히 양면수광형 태양전지의 특성을 활용해, 낮에는 태양광을, 밤에는 LED·형광등 등 실내 조명빛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24시간 발전 시스템'을 구현했다. 시간과 날씨에 따른 발전량 변동이 큰 기존 태양광과 달리, 실내외 조명을 모두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전용석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그린스쿨) 교수(교신저자), 신명훈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교신저자), 고형덕 KIST 나노포토닉시스템연구센터 박사(교신저자). 고려대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광 창호 모듈은 빛 투과율 75.6%로 실제 창문과 유사한 밝기를 확보했으며, 색 재현 정도를 나타내는 연색지수(CRI)도 93.8%에 달해 기존 투명 태양전지의 고질적인 색 왜곡 문제를 해결했다.
전용석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창호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과 실내 조명까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제로에너지 빌딩은 물론 전기차·모빌리티 창호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고효율·고투명·우수한 색 재현성을 갖춘 확장형 하이브리드 태양광 창호(Scalable hybrid solar window with high transparency, high efficiency, and superior color rendering)"라는 제목으로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줄(Joule, IF=35.4)에 지난달 21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17일 정식 출판됐다. 본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