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미국 대형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최고경영자(CEO) 켄 그리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연방준비제도(Fed)와 "거리를 둬야 한다"(distance)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켄 그리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차기 Fed 의장을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차기 의장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백악관과 Fed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을 차기 의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측근으로,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임명 가능성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해싯 위원장이 친분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을 거부하기 힘들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기 채권금리가 상승해 트럼프 대통령의 원하는 저금리와 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해싯 위원장은 그 동안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책과 관련해 좋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Fed 금리 결정 기구에 전달하겠다"며 "대통령은 경제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노련한 전문가"라고 답변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반영하듯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금융위기 당시 Fed와 월가의 가교 역할을 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에 더 적합하다는 입장을 지난주 내비쳤다.
다만 그리핀 CEO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것이 차기 의장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전 세계 금융시장과 미국 투자자, 그리고 소비자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줄 인물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핀 CEO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를 보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