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송보현기자
16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공사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광주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전날 광주대표도서관 시공사 관계자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작업자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공사에 관여한 다른 관계자 12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현재까지 2차 압수수색을 통해 시공사와 협력업체 등 7개 업체, 10곳에서 휴대전화 15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사망자 수습 이후 첫 현장 감식도 이날 진행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에는 구조안전기술사와 건축공학 분야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30여명이 투입됐다. 오후 2시 30분께 시작된 감식은 약 3시간 만에 마무리됐으며, 필요에 따라 추가 감식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콘크리트 타설 당일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철골 접합부 부실시공 가능성 등 초기부터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설계안에 따른 자재 사용과 시공이 이뤄졌는지, 공정별로 감리단의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16일 광주 서구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공사에 적용된 공법 자체가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장 감식 이후 정밀 분석 과정에서 검토한다. 광주대표도서관은 길이 168m에 달하는 대형 건축물로, 국제 설계 공모를 통해 채택된 설계를 구현하기 위해 특정 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기둥 간 간격(스펜)이 48m에 이르는 철골 구조물을 3개 연속 연결하면서 보조 지지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 지점은 이 구조물의 중간 구간이었다.
경찰은 감식에 참여한 관계기관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릴 예정이다. 시공 불량이나 감독 태만, 설계 결함 등 과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책임자에 대해 형사 처분할 방침이다.
한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별도로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박동성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이번 감식을 통해 붕괴 원인은 물론 설계와 시공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정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