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박대준 쿠팡 대표가 337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한 가운데 현안을 수습할 임시 대표로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선임됐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오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쿠팡의 신임 대표로 임명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 쿠팡 제공
박 대표는 10일 쿠팡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이번 개인정보 사태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임자로 선임된 로저스 대표는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준법·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2021년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까다로운 공시·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쿠팡이 미국 본사 임원을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김 의장을 대신해 사실상 '2인자'인 로저스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미국 본사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많은 분들이 이 상황을 불안하게 느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과방위는 9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하며 김 의장과 박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을 함께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의장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로저스 신임 대표는 청문회에 나설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 만큼, 로저스 신임 대표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