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인공지능(AI) 인재 정책 설계의 핵심은 우수 인력이 국내에 지속해서 유입·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력개발 경로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 임금, 이동성 분석'(박근용·서동현·오삼일·한진수)에 따르면 국내 AI 인력은 지난해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임금 프리미엄은 약 6%였다.
링크드인(LinkedIn) 기반 온라인 프로필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AI 전문 인력의 규모, 임금, 노동 이동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2010~2024년 국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근로자 약 110만명과 이들의 직무 이력 정보 1000만건 이상을 활용, 개별 근로자의 AI 기술 보유 여부를 식별하고 국내 AI 인력 생태계를 조명했다.
그 결과, 국내 AI 인력은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58%에 달하는 등 고학력자 중심이며, 전공 역시 공학 계열(64%)이 다수를 차지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산업·직업 전반에서 AI 인력의 활용 범위가 확산하면서 기술의 범용성 또한 강화됐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임금 프리미엄은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25%에 육박하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AI 인력에게 주고 있다. 캐나다는 18%, 영국·프랑스·호주는 15%가량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도 기준 주요국 대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약 6%의 임금 프리미엄을 지급 중이다. 오 팀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수준은 국내 AI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인력은 높은 이직률과 지속적인 해외 유출 등 노동 이동성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AI 기술 보유자는 해외 취업 확률이 약 27%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24년 기준 전체 AI 인력의 약 16%(1만1000명)가 해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 근로자와 비교해 6%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해외 기업으로의 이직률 또한 꾸준히 높다. 2024년을 기준으로 이직한 AI 인력 중 1.4%가 해외로 이직했는데, 이는 타 근로자와 비교해 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69.0%, 중견기업 68.7% 등 대다수 기업은 AI 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 있으나 숙련 인재 부족, 높은 급여 기대 등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우수 AI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제시할 의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향후 AI 인재에게 더욱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소기업 또한 현재(13.8%)와 비교해 4.4%포인트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18.2%)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오 팀장은 "AI 인력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의 AI 인력 채용 확대에 따라 초과 수요가 증가하고, 임금 프리미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향후 정부와 기업의 AI 인재 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오 팀장은 "특히 AI 인재 양성을 위한 경력 개발 경로 구축과 함께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 우수 인력이 국내에 지속해서 유입·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