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의 거액 헌금 등으로 피해를 본 이들을 지원해온 '가정연합 피해대책 변호인단'은 14일 민사조정 결과 교단 측이 손해 배상을 요구한 132명에게 약 21억엔(약 197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에는 한국 거주자도 포함됐다.
도쿄 소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일본 본부. 연합뉴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민사조정은 지난달 초 3명에게 총 5000만엔(약 4억8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교단 측과의 첫 민사조정 성립 이후 3번째로 이뤄진 사례다. 이번까지 3차례에 걸쳐 성사된 민사조정 규모는 총 174명, 34억엔(약 320억원)에 이른다.
변호인단의 무라코시 스스무 변호사는 민사조정을 한동안 거부하던 교단 측의 자세 변화에 대해 "해산명령이 현실감을 띠면서 연명을 모색하는 게 아닐까"라며 "문제를 해결한 피해자는 아직 극소수"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지원해온 변호인단은 가정연합의 과거 '영감상법(靈感商法)' 마케팅에 의한 피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결성됐다. 이 단체는 교단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위한 집단 교섭을 요구하는 한편 법원에 민사조정도 제기했다. 영감상법은 영적인 느낌을 뜻하는 영감과 상술을 뜻하는 상법을 합친 일본식 용어로, 유사 종교단체 등에서 신도들의 불안을 부추겨 고가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편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3월25일 가정연합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가정연합은 종교법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게 되는 동시에 비과세 등 세제상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자산 청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해산 명령의 근거로 가정연합의 기부(헌금) 강요, 모집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과거 옴진리교와 같은 극단주의 집단이 해산 명령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형사 범죄가 아닌 민사상 불법 행위만을 근거로 종교 단체에 대한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가정연합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상급 법원에 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