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AI 고평가 우려에 대규모 감원까지 투자심리 '급랭'…3대 지수 하락

美 3대 지수 일제히 하락
팔란티어 6.8% 급락·비트코인도 3%↓
美 고용 불안에 투자심리 위축

뉴욕증시의 3대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짓누르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22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원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기술주 조정이 가상화폐·중소형주 등 위험 자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뉴욕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98.70포인트(0.84%) 하락한 4만6912.3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5.97포인트(1.12%) 내린 6720.3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45.80포인트(1.90%) 급락한 2만3053.9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기준 이번 주 다우지수는 1.4%, S&P500은 1.8%, 나스닥은 2.8% 각각 하락한 상태다.

AI 관련주의 고평가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몇 주 사이 시장에서 AI 관련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수년간 이어진 폭등세 이후 '너무 빠르게, 너무 멀리 올라갔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퀄컴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향후 애플과의 거래 단절 가능성이 제기되며 4% 가까이 하락했다. 전날 강세를 보였던 AMD는 7% 급락했고, 오라클은 3% 내렸다. 'AI 대표주' 엔비디아와 메타플랫폼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 무시오 FBB 캐피털 파트너스 대표는 "AI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완벽한 실적'을 전제로 주가가 형성돼 있었다"며 "매출이 선방하더라도 영업이익 전망이 부진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밸류에이션 논쟁을 촉발한 팔란티어는 이날도 6.8% 급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2% 넘게 하락했다. 팔란티어의 3분기 매출은 11억8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10억9000만달러)를 웃돌았으나, 실적 발표 직후 오히려 주가가 8% 폭락했다.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버리는 2년 만에 침묵을 깨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때때로 거품을 본다. 때로는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아예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승리의 길이다"라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추가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는 "앞으로 12~24개월 안에 주식시장이 10~20%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10~15% 조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거시경제 충격이 아니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민감주와 위험자산도 부진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3% 가까이 떨어졌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1.6% 내렸다.

반면 헬스케어주는 강세를 보였다. 머크와 화이자가 소폭 상승했고, 트럼프 행정부와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를 체결한 일라이 릴리가 1%대 올랐다.

노동시장 악화 우려가 증시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이날 10월 중 미국에서 15만3074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9월(5만4064개) 대비 183% 늘어난 것이다.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최고, 월간 감원 규모 기준으로는 2008년 4분기 이후 최고다. 비용 절감과 AI 도입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CNBC는 "공식 경제지표 발표가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고용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간 고용 지표 외에는 경기 상황을 가늠할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무시오 대표는 "정부 발표가 아닌 민간 통계만 봐도 경기 상황이 썩 밝지 않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시장 약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조만간 정상화되고, 이후 발표될 소비 관련 지표가 나쁘지 않다면 연말에는 통상적인 상승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37일째를 맞아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연방항공청(FAA)은 인력 부족으로 40개 공항에서 항공기 운항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이 여파로 아메리칸항공이 2% 하락하는 등 항공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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